어둑어둑한 토굴 안으로 한 줌 빛이 스며든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사내가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그는 이미 세상의 모든 이치를 꿰고 있는 듯 어떤 고난에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고조선의 마지막 영웅 해모수다.
MBC 드라마 ‘주몽’에서 해모수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허준호(43)는 치솟는 인기에 생기가 넘쳤다.
“원래 3회 정도로 잡혀있던 배역인데, 반응이 좋아 11회로 늘어났죠. 대본을 읽고 설화속 해모수라는 인물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작가와의 우정 때문에 짧은 출연을 결정했던 그는 난세를 살아가면서 권모술수와 타협 대신 정의를 앞세운 영웅 해모수에 푹 빠졌다. 또 고조선의 멸망과 고구려의 건국, 격동기를 살았던 영웅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다는 데 연민을 느꼈다.
“세상을 살면서 저도 해모수처럼 진실과 정의가 최고의 가치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한 감정이입이 해모수를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 힘이었죠.”
해모수의 분위기는 알 파치노나 로버트 데 니로를 모델로 재창조해냈다. 강렬하면서도 진실성 있는 연기를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단다. 그는 ‘주몽’의 인기요인에 대해 “기회주의와 실리주의자, 정의를 앞세운 애국자 등이 대립하면서 요즘의 정치 현실을 잘 투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활동 초창기엔 ‘빨리 인기도 얻고, 돈도 벌고 싶었다’는 허준호는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단다. 요즘엔 영화 ‘중천’을 찍고 있고, 뮤지컬제작도 준비 중이다.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김희선, 박지윤 주연의 드라마 ‘해어화’와 같은 내용을 뮤지컬로 꾸며 동시에 무대에 올린다. 멜 깁슨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경향신문 김후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