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8%대의 산뜻한 출발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그는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며 말문을 열었다. 시청률 때문에 이렇게 긴장한 것은 1993년 데뷔 이후 처음이란다.
"사실 '주몽'을 통해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고구려사에 관심을 갖고, 학계의 연구도 활발해지고…. 그러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힘도 커지겠죠. 재미있는 드라마로 고구려라는 시대공간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까지가 작가의 역할입니다."
드라마가 민족의식을 불어넣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철학이다.
드라마 초반부터 고증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료가 거의 없는 고구려사를 60부작 드라마로 만들려면 많은 에피소드와 상황이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쥐어짜는 거죠. 종이가 없던 시대에 창호지 바른 건물이 등장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상 불가피한 일입니다. 건축양식이나 의상도 같은 맥락이죠. 관건은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설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허준'도 사실 99%가 픽션이었지만, 개연성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던 거죠."
그는 최근 드라마 시청률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은 방송사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큰 고민거리라고 했다. 돌파구는 결국 '스토리 파워'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허약한 스토리가 드라마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어요. 사극은 여러 주인공이 저마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일종의 알피지(RPG)게임인데, 스토리의 밀도를 높이면 더 많은 시청자를 흡입할 수 있습니다. '주몽'을 통해 스토리의 힘을 증명해 보일 겁니다."
주몽을 유약한 '찌질이'로 묘사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주인공은 수많은 고난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영웅으로 등장하면 무슨 극적 재미가 있겠습니까. 주몽의 '찌질이' 기간은 한 주 정도이고, 곧바로 '영웅본색'을 드러낼 겁니다."
실제로 주몽은 유부남인 상태에서 과부 소서노를 만나지만, 드라마에서는 멜로 구조를 위해 둘을 미리 만나게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구려 관련 드라마는 '주몽'뿐 아니다. '태왕사신기''연개소문' 등 각 방송사가 앞다퉈 준비 중이다. 그는 그 이유를 "새로운 소재를 찾다 보니 조선.고려.삼국시대를 거쳐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라 말한다. 게다가 고구려라는 시대공간은 작가적 상상력이 많이 개입할 수 있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요소가 많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의 공동 작업은 "준비를 오래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만약 팔을 잃게 되면 내 두 팔을 평생 네 것처럼 써라' 등의 대사가 정 작가의 작품이란 것을 시청자들이 금세 간파하더군요. '다모'의 느낌이 났기 때문이겠죠. 요즘 시청자들, 정말 예리합니다."
[중앙일보 정현목.김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