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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날아드는 날파리를 손으로 휘휘 내쫓던 유진의 입에서 불쑥 강원도 억양의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그러고선 되레 “어머, 제가 또 강원도 사투리 했어요?”하고 되묻는다. 폭소가 터지자 그제서야 깍쟁이처럼 새초롬한 얼굴이 드라마 속 여봉순 같아 보인다.
청와대 요리사가 된 강원도 산골처녀의 성공담을 그린 MBC 주말드라마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주인공 여봉순 역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는 유진은 요즘 서울말이 어색할 때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이게 모이나?”(이게 뭐니?) “이기 맛있나?”(이것 맛있니?) “배 마이 고파”(배 많이 고파) 같은 말들이 수시로 튀어나와 ‘사투리 과외교사’김말숙을 웃긴다. 강원 삼척 출신인 김말숙은 유진의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위해 요즘 그녀와 숙식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 탤런트. 조만간 서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는 봉순의 고향 친구로 극중에서 모습을 비칠 예정이다.
“드라마 시작 한 달 전에 말숙이를 소개받아 사투리 연습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너무 생소해서 영어공부 하듯 리슨 앤 리피트(listen and repeat)를 반복하며 말숙이가 녹음해준 대로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통째로 외웠죠.” 급할 때는 사투리로 씌어진 대본을 서울말로 바꿔 내용을 외운 후 촬영에 들어가면 즉석에서 사투리로 번역해 연기할 정도로 이젠‘바이링구얼’(bilingual) 수준이 됐지만, 처음엔 김말숙을 보며‘내가 저걸 어떻게 하나’ 심란했단다.
유진의 사투리는 삼척 정선 등 영동 지역 사투리. 영서 지역보다 투박하고 강해서 ‘강원도 사람들을 실제보다 촌스럽게 그리고 있다’는 비판도 듣는다. 하지만 유진은 “봉순이가 할머니랑 둘이서만 오래 살아서 심한 오지 사투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반론한다.
가수 출신답게 연습 방법도 독특하다. “대본 글자 하나하나를 음표 삼아 억양에 따라 행간을 넘나들며 이음줄로 연결해 놓은 다음, 그 ‘인토네이션’(intonation)대로 대사를 연습해요. 액센트가 있는 곳엔 방점도 찍어놓구요. 음악을 해서 그런지 음감이 있는 게 도움이 되요.” 후루룩 유진의 대본을 훑어보니 꼭 오선지 같다.
4월초 시작한 드라마는 현재 봉순의 좌충우돌 서울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장원준 역의 류진, 남봉기 역의 이민기와의 삼각 러브스토리도 보여줄 예정이다. 그런데, 그때도 사투리로? “사실 저도 사투리로 멜로 연기를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을 좀 했어요. 하지만 강원도 사람이라고 연애 안 하나요, 뭐. 사투리 쓰는 사람들도 다 ‘멜로 인생’이 있는 거고, 흐흐흐, 어색하지 않게만 하면 될 것 같아요.”(유진) “맞아요. 우리(강원도 사람들)도 애교도 떨고, 감정표현 다 하면서 살거든요.”(김말숙)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가 처음엔 사투리로 시작해 주인공이 성공하거나 예뻐지면 은근 슬쩍 서울말로 ‘말갈이’를 하는 데 반해 ‘진짜진짜 좋아해’는 끝까지 사투리를 고수할 예정이다. “봉순이가 서울말 쓰면 시청자도 어색해 하실 것 같고, 저도 어색할 것 같아요. ‘야, 남봉기이~ 니 왜 그래애~’ 이러다가 갑자기 “야, 남봉기. 너 왜 그래!” 이러면 너무 웃기잖아요? 봉순이는 끝까지 강원도 사투리 쓸 테니 귀엽게 봐주세요.”
[한국일보 박선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