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과 자유의 `다비드` 양동근

박성수 감독과 배우 양동근은 2002년 작 `네 멋대로 해라`(MBC) 에서 처음 만났다.

‘네 멋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박성수는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만들었고 양동근은 스크린을 통해서만 관객을 만났다.

5년간 ‘네 멋대로 해라’ ‘닥터 깽’ 단 두 편밖에 하지 않은 양동근의 드라마 행보는 “박성수 감독이 아니면 드라마를 하지 않겠다”는 제스추어를 보일 정도의 `흔들림 없는` 선택이었다.

감독과 배우 간에 맺어진 굳은 신뢰로 탄생한 ‘닥터 깽’은 “`네 멋의 그림자‘가 아니냐”는 기우를 없애고도 남을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을 신뢰하는 배우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배우를 사랑하는 감독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배우의 이면을 노출시킨다.

양동근을 사랑하는 박성수의 카메라는 그의 땀내음과 숨의 헐떡임까지 고스란히 녹여낸다.

양동근의 넓은 이마가 주는 명쾌함, 허우적거리는 팔 동작이 주는 자유로움, 살아남고 말겠다는 야생의 눈빛은 ‘닥터 깽’의 생명력이다. 박성수는 양동근이 좋아하는 ‘랩’장면에 긴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7회) 물 만난 물고기가 된 양동근은 랩을 통해 `달고`의 긴 슬픔을 토해낸다.

‘햇빛 속으로’ ‘네 멋대로 해라’ ‘나는 달린다’ 등을 통해 길 위의 청춘로망을 그려온 박성수는 남녀의 데이트 공간마저 ‘커피숍’ ‘나이트클럽’ ‘극장’ 같은 한정된 공간에 갇히길 원치 않는 자유주의자다.

박성수의 아이들은 고급승용차,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닌 길, 버스정류장, 버스 안에서 사랑하고, 다투고, 눈물 흘린다. 버스정류장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고, 무언의 약속을 남기는 이들은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 않지만 순수한 사랑을 할 줄 안다.



“제대로 노력을 했으면 왜 그렇게 살아” 라며 가난한 이들을 멸시하던 아버지에게 “노력해도 가난 할 수 있어요” 라고 울부짖던 ‘네 멋대로 해라’의 경이(이나영)와 검사보다 ‘스마일’ 표시로 흰 우유를 늘어놔 주는 무직자 ‘달고’를 사랑하는 유나(한가인)는 ‘조건 없는’ 남자 양동근을 변화시키는 ‘인간정화프로그램’ 같은 존재로, 드라마를 빛낸다.

‘닥터 깽’은 김기덕 감독에게 조재현이 있었듯, 노희경 작가에게 배종옥이 있듯, 박성수 감독에게도 양동근이라는 페르소나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피투성이 된 젊음에게 보내는 박성수의 따뜻한 포옹이다.

 

 

TV 리포트 김민영 기자(bookworm@pimedia.co.kr)






2006.04.29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