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MBC)의 헤로인 한혜진(25.사진). 그는 이제 억척녀 이미지를 벗고 MBC 대하드라마 '주몽'(극본 최완규.정형수, 연출 이주환)에서 여걸로 변신한다. 우리 민족의 국모나 다름없는 소서노 역이다.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우고, 아들인 온조를 도와 백제를 건국한 인물. 지혜롭고, 미모와 무예를 겸비한 소서노는 '유약한' 주몽을 남자로, 그리고 고구려를 건국하는 영웅으로 만든다. 억척녀에서 여걸로의 변신은 연기자 한혜진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금순이 이후 들어오는 섭외가 모두 똑같은 이미지의 역할이었어요. 사랑받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연기를 위해서는 금순이를 뛰어넘어야 했어요. '주몽' 시놉시스를 본 순간 '아! 이거다'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금순이 때도 그랬지만, '주몽'에서도 그는 섭외 1순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그의 신조는 들어맞았다. 감독에게 "금순이 때도 처음엔 못 미더웠지만 믿고 맡겨주시니까 결국 잘해냈다. 이번에도 믿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호소했다. 결국 지난 1월 경쟁자들을 제치고 소서노 역을 따냈다.
"고구려에 대한 역사자료가 부족해 제작진의 어려움이 많았어요. 저도 '소서노'에 대한 책을 탐독하며 인물을 연구했습니다. 팬들이 팬카페에 올려주신 소서노 관련 자료도 큰 도움이 됐어요."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등 고구려 관련 드라마가 쏟아지는 것에 대해 그는 '민족의 자긍심 회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주몽이 다른 고구려 드라마들과 달리 영웅적인 여성의 존재를 부각시켜 여성연기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의식과 영웅 스토리가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다. 소서노와 주몽(송일국 분)의 로맨스, 부여국 대소왕자(김승수 분)와의
삼각관계 등 멜로드라마의 재미도 담겨 있다.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 역의 송일국(右)과 소서노 역의 한혜진. "소서노가 주몽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운명적 만남이 이뤄져요. 냉철한 소서노는 유약한 주몽을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그의 인간미와 리더십을 발견하면서 점차 마음을 엽니다. 왕비자리가 보장된 대소왕자의 구애도 거절하고 주몽을 선택하지요."
상대역 송일국과의 호흡은 어떨까. "송일국씨는 듣던 대로 정말 과묵해요. 뭘 물어도 단답형 답변이 돌아와요.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역사의식은 대단합니다. 드라마로 민족의 자긍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늘 강조해요. 사석에서도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분개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합니다. 주몽 역에 정말 딱이에요."
그는 무술은 자신 없지만, 말 타는 장면만은 반드시 대역 없이 소화해내겠단다. "채찍.쌍칼 등 무술은 정말 어려웠지만, 승마는 할수록 늘더라고요. 승마 선생님도 인정할 정도로 자신이 붙었습니다. 성악으로 다져진 목소리 톤도 여걸다워 금순이와는 다른 느낌일 거예요."
최근 중국.대만 방문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는 그. '주몽'을 '대장금'같은 한류 드라마로 만든 뒤 진정한 한류스타로서 다시 중국을 찾겠다는 포부다. "드라마를 끝낸 뒤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저기 금순이 간다' 대신 '저기 소서노 간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새 드라마에서는 당찬 여걸이지만, 실제로는 금순이 같은 털털함과 정을 잃지 않았다. 휘성이가 보고 싶을 때 전화를 걸어 맛있는 걸 사주기도 하고, 추리닝 입고 재즈학원에 걸어다니는 평범한 일상도 즐긴다. 그는 "네가 가장 예쁘고 연기도 잘해"라는 남자친구(가수 나얼)의 말이 가장 큰 힘이 된다며 알콩달콩한 사랑도 뽐냈다.
[중앙일보 정현목.신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