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소녀 판타지' 새 드라마 코드로?

[마이데일리 = 이은주 기자] 최근 산골소녀를 여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산골소녀 판타지'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13일 첫방송된 MBC 월화 미니시리즈 '넌 어느별에서 왔니'는 강원도 오지마을에서 살고 있는 밝고 순박한 여주인공 정려원(김복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방영전부터 정려원의 촌스러운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은 "순박하고 솔직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극중 복실이의 모습과 그녀로 인해 순화되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각박한 현대인의 삶에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4월 8일 첫방송한 같은 방송사의 '진짜진짜 좋아해'는 '여자 부시맨'을 방불케 하는 시골 여주인공 유진(여봉순)을 주인공으로 청와대 요리사로서의 그녀의 성공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진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구성진 노래가락은 산골소녀 여봉순이라는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속 산골소녀들의 캐릭터는 대중들의 머릿속에 전형화된 시골처녀들의 이미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요즘처럼 각종 통신환경이 발달한 상황속에서 시골처녀라고 해서 대통령 이름도 모를 정도로 모든 면에 뒤쳐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드라마 '넌 어느별에서 왔니' 초반부에 정려원(복실)은 김래원(승희)이 계속 면박을 주자, "TV채널도 여러 개고 나올 것은 다 나온다. 너무 무시하지 말라"는 투로 이야기하는 대목도 나온다.

국내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시골소녀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02년에 장나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명랑소녀 성공기' 였다. 충청도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며 촌티나는 시골처녀지만,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코믹한 차양순 역으로 장나라는 일약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시골처녀라고 해서 무조건 순박하고 촌스럽기만 할 것이라는 것 역시 평범한 여성이 재벌 2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신데렐라 판타지' 만큼이나 환상에 근거한 판타지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MBC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신호균 CP는 "최근 드라마에서 촌스런 산골소녀들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일종의 '산골소녀 판타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산골소녀 자체에 주목한다기 보다는 그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순수함, 조건없는 믿음, 이웃과 나누는 따뜻함에 대한 희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CP는 이어 "이런 '산골소녀 판타지'는 지난해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착하고 순박한 마음씨를 지난 광녀 강혜정의 연기에서 촉발되었고, 지금은 주변에서 잘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각박해져만 가는 현대생활 속에서 이제는 잊혀져가는 순박함과 순수함을 자극하는 이러한 '산골소녀 판타지'가 TV 드라마의 새 코드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주목된다.

[드라마에서 산골 처녀 역을 연기하고 있는 '넌 어느별에서 왔니’의 정려원, ‘진짜진짜 좋아해’의 유진. 사진 제공 = MBC]

(이은주 기자 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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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7 (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