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별에서 왔니’, 대조적 스타일의 두 영화감독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월화극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 연출 표민수)의 남자 주인공 최승희(김래원 분)는 가슴 아픈 첫 사랑의 기억을 갖고 있는 영화 감독이다.

승희는 지난달 27일 5회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한 심포지움에 참석한다. 거기서 한 명의 감독(A)과 한류 현상을 바라보는 정반대의 시각을 전개하며 언쟁을 벌인다.

권위적인 인상의 A감독은 이 자리에서 “사실 뭐 제가 대단한 작품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이 오늘의 성과를 이룬 것이겠죠”라면서 “요즘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우리 컨텐츠들, 우리 문화가 이뤄내고 있는 놀라운 성과들. 이거 저는 한민족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우리가 세계를 제패할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 뜁니다”라고 뿌듯하게 말한다.

이에 대해 승희는 “전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무조건적인 자부심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 컨텐츠가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건 맹목적인 국수주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면서 “모두가 뭔가에 씌어서 자기 치부를 못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본에 잠식돼어 있기는 헐리웃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식의 성과가 꼭 좋은 건지, 한번쯤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이후 두 감독은 약간의 신경전을 펼치다가 최승희 감독이 A감독을 향해 “저도 이감독님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두 감독의 공방은 마무리된다.

그런데 대본에는 이 부분이 “저도 표감독님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돼있다. 김래원이 대본상의 감독과 표민수 감독이 성(姓)이 같아 애드립으로 바꾼 것인지, 표민수 감독의 주문에 의해 바뀐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두 감독의 대사는 요즘 불고 있는 한류 현상에 대한 장밋빛 낙관론과 비판론 등 2가지 시각을 약간 코믹하게 설정한데다, 비록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지만 정유경 작가의 유머(?)까지 가미돼 재미를 낳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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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3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