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독이 대사가 없다고 해서 출연했어요.(웃음)”
중견배우 박원숙이 코미디 ‘구세주’(감독 김정우, 제작 시와이필름·익영영화사)로 2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1997년 ‘체인지’에 우정 출연한 적이 있지만 정식 출연은 1986년 안성기 주연의 ‘달빛 사냥꾼’ 이후 20년 만이다. ‘구세주’에서 바람둥이 최성국의 어머니 역할로 스크린에 복귀한 박원숙을 만나보았다.
“요즘은 드라마 대사가 도무지 안 외워져요. 혹시 뭐 잘 못 되지 않았나 해서 병원에 가 검사받았더니 아무 이상이 없대요. 정신과에서 ‘가면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오더라고요.”
박원숙은 2003년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도 늘 밝고 호탕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삶의 유일한 힘이었던 아들의 부재는 늘 웃는 모습 뒤에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로 남아 있다. 그때마다 천직인 연기가 큰 힘이 돼주었다.
“어느날 갑자기 감독이 전화 와서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하는데 우선 대사가 많으냐부터 물어봤어요.(웃음)”
영화와 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겹치기 출연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 기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예전에 한창 활동할 때는 1970년 호스티스 영화가 판을 칠 때였어요. 그때는 술집에 마담이나 의리 있는 큰 언니 역할이었어요. 아니면 남주인공이 애인 몰래 만나는 연상의 여인 등을 주로 맡았죠.”
박원숙은 1970~1980년대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조연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1975년 ‘미스 염의 순정 시절’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겨울여자’ ‘어둠의 자식들’ ‘과부춤’ 등 30여편의 영화에서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보다 영화에 열정을 쏟던 그가 왜 충무로를 떠났을까?
“1980년대 후반부터 토속물을 빙자한 에로물들이 판을 치더라고요. 또 나와 친했던 감독들이 활동이 뜸하고 해서 영화와 멀어졌어요. 그러다보니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박원숙은 ‘구세주’를 촬영하면서 그 사이 변한 현장 모습에 놀라워했다.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상상도 못하던 현장 편집에 자유로워진 스태프들의 문화 등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한창 활동할 때 선배들이 너희들은 참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요즘 환경을 보니 정말 구석기시대에서 일한 것 같아요. 이런 좋은 환경이라면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얼마전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20대 때 비키니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호탕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여기저기서 갑자기 전화가 와 내가 검색어 순위 1위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 그 사진을 봤죠. 도대체 누가 올린 거야.”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싫지 않은 듯 소녀 같은 미소를 짓는 박원숙. 앞으로 스크린에서 정감 넘치는 그의 연기를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재욱기자 jwch6@kyunghyang.com〉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 스포츠칸 & 미디어칸(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