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의 시대는 갔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는 짜증난단다. 온갖 시련과 구박 속에서도 무조건 참기만 하는, 착하기만 한 신데렐라나
콩쥐는 더 이상 곤란하다. 그래서 일까?
요즘 나쁜 여자들의 활약이 엄청나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 출연하는 나쁜 여자들은 더 이상
착한 여자들을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아니다. 단순히 극의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중심이 돼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정도의
핵심인물로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2003년 10월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의 이미숙이 아닐까.
이미숙은 ‘스캔들’에서 조씨부인 역을 맡아 가식과 능청스러움으로 무장된 요부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 마음에 품은 사람의 진심을 떠보기 위해
시작된 위험한 장난은 결국 그 사랑과 스스로를 파멸로 빠뜨릴 만큼 무모했다.
또 요즘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화 ‘왕의
남자’의 강성연이 있다. 강성연은 장녹수 역할을 맡아 연산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왕의 여자로 나온다. 영화에서 강성연은 연산군이 자신의 치맛자락을
놓지 않도록 끊임없이 간계를 부린다. 그 계략으로 왕의 남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극 속에서 치명타를 날리는 인물로
나온다.
김민정 또한 오는 2월 개봉될 영화 ‘음란서생’을 통해 진정한 요부의 모습을 한껏 보여줄 예정이다. 김민정은 영화 속에서
두 남자(한석규 이범수)에게 영감을 주지만 결국 위험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팜므파탈을 연기했다. 김민정은 이번 영화를 통해
도발적이면서도 요염한 그녀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작품에서 발산할 계획이다.
남자를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또는 나쁜
여자는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요부의 활약은 만만치 않다. 김혜리는 현재 MBC 대하드라마 ‘신돈’에 출연 중이다. 김혜리는 ‘신돈’에서 기황후 역할을 맡아 천하를 호령하는
여장부로 나온다. 황후가 된 뒤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반대세력을 숙청하는 권력지향적인 인물이다.
원래 나쁜 여자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나쁜 여자들은 시청자나 관객에게 미움의 대상이자 불청객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 문화가 선과
악의 구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껏 권선징악을 당연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악역이 주는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나쁜 여자 연기로 ‘뜨는’
스타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악역은 단지 조연으로서만 머물지 않고 주연의 자리를 꿰찰 만큼 극 속에서 비중이
커졌다.
앞에서 언급한 이미숙, 강성연, 김민정 그리고 김혜리도 그런 예에 해당된다. 나쁜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야망이 크고
목적의식이 분명하다. 야망이 크면 클수록 사악한 면이 부각되고 그에 따라 갈등과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된다. 나쁜 여자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동안 관객과 시청자들은 어느 새 극에 몰입돼 있다.
뿐만 아니라 나쁜 여자들의 캐릭터
자체가 보통 매력적인 게 아니다. 그녀들은 분명 못됐고 악랄하지만 그 안에서 당당하고 적극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세상이 워낙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수동적이고 착하기만 한 캐릭터에서는 더 이상 매력을 못느끼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인물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비난하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처럼 요부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착한 여자들은 지고 나쁜 여자들이 뜨고
있다.
뉴스엔 박미애 기자(orialdo@newsen.co.kr) copyrightⓒ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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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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