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사기남(男)-사기녀(女) 전성시대

선악의 유무를 떠난다면 사기꾼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할리우드의 고전 '스팅'을 비롯 '오션스 일레븐', '시카고', 우리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등 한 판 멋지게 속이고 뜨자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관객을 끌어들인다.

마치 바둑을 두듯 수를 계산하는 지능 사기꾼의 모습이나 이 사람의 속임수가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 등 궁금증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음 졸이면서 동참하게 만든다.

최근 TV 브라운관에서도 사기남(男), 사기녀(女) 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 드라마에서 사람 마음을 두고 저울질하며 사기치는 인물들은 '꽃뱀', '제비'라는 칭호를 듣기도 하지만, 일단 그만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SBS '마이걸'과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귀여운 사기녀를 부각시키고 있다.

'마이걸'의 유린(이다해)와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은혜(김옥빈)는 귀여운 매력과 함께, 어딘가 어설픈 사기꾼이다. 팜므파탈 같은 냉혹하면서도 요부같은 이미지의 사기녀가 남성 취향의 느와르 영화에서 자주 보인다면, 여성 시청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그런 팜므파탈 사기녀는 금물의 대상이다.

오히려 여주인공과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이 사기꾼 유린과 은혜가 모두 어려운 가족사와 환경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에 강인한 생존본능을 가진 여자라는 점, 순발력 있고 뻔뻔스럽게 사기를 치더라도 마음까지는 완전 나쁜 여자가 아니고 오히려 귀엽고 순수한 면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아버지 때문에 조직 폭력배들에게 ?기는 유린의 경우가 그렇고, 사기는 치지만 마음이 약해 뒷 마무리가 확실하지 못하고, 믿었던 파트너에게까지 뒷통수를 맞는 모습을 보이는 은혜가 그렇다.

두 사기녀는 오히려 사기를 차다가, 남자 주인공에게 자기 마음을 도둑맞고 사랑에 빠지는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는 16일 시작하는 MBC '늑대'의 경우 돈 많은 여자들을 등쳐먹는 전형적인 제비가 등장한다. 그러나 80년대 스타일의 '사모님, 제비 한마리 키우시렵니까'의 촌스러운 버전이 아니라, 최고급 양복과 허를 치고 나가는 멘트, 적당히 냉소적인 모습과 소년같은 모습을 뒤 섞은 호스트 버전의 제비이다.

여기에 여성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문정혁이 사기남으로 나서니 그 파급효과는 더 클 듯하다.

문정혁이 맡은 대철은 여자들에게 사랑으로 사기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기에 상처받은 남자로 나온다. 완전 나쁜남자가 아니라, 나쁘지만 약한 면이 있는 남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점 역시 사기녀 케이스와 비슷하다.

다만 사기녀가 귀여움을 강조한다면, 사기남의 경우는 좀더 거친 매력과 '나쁜 남자'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 다르다. 다른 여자에게는 나쁜 남자가, 나에게서만은 진정한 사랑을 고백한다는 다분히 자기만족적인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이다.

당분간 TV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사기남, 사기녀의 작업이 시청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지, 선택은 리모컨을 쥔 시청자에 맡겨져 있다.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action@joynews24.com)






2006.01.15 (1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