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부활'했으니 '비상'해야지!

서글서글한 눈빛에 담담하고 편안한 말투, 그리고 늘 마주치는 이웃처럼 별다른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인상. KBS 드라마 ‘쾌걸춘향’과 ‘부활’에서 연이어 악역과 강한 이미지의 역할로 안방 팬들을 사로잡은 그 엄태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엄태웅은 스스로도 “낙천적이고 태평한 성격인데 실제 저와 다른 강한 이미지의 연기를 할 때는 감정면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진짜 ‘연기’였죠”라고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런 엄태웅이 날개를 달았다. 16일 방송될 MBC 새 월화 미니시리즈 ‘늑대’(극본 김경세ㆍ연출 박홍균)가 그 무대다.

# 엄태웅에게 날개를 달아준 '늑대'

엄태웅이 날개를 달았다고 한 것은 ‘늑대’에서 연기할 윤성모가 이전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엄태웅이 한층 더 돋보이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윤성모는 재벌 출신 국회의원의 아들로 한량처럼 지내다가 백화점 회장의 딸 한지수(한지민)에게 사랑을 느껴 접근하는 인물이다.

자기 멋에 빠져 사는 인물로 20대 후반의 나이에 비해 정신적 성숙은 부족하지만 사랑을 통해 어른이 돼 간다. 낙천적이고 태평한 면에서 실제 엄태웅과 닮았다. 때문에 엄태웅은 “예전 드라마에서보다 더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어요.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거에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뺀질이’ 같고 뜻대로 안 되는 일에 떼를 쓰기도 하는 윤성모를 시청자들이 ‘뭐 저런 놈이 있지?’라고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연기해야 하는데 쉽지 만은 않다. 아직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다른 남자 주인공 배대철(문정혁)을 선한 역, 윤성모를 악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지수의 행복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기 때문에 윤성모는 악역이 아니며 두 캐릭터가 모두 돋보이는 것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게 엄태웅의 설명이다.

엄태웅은 “문정혁이 연기를 잘 하고 배대철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지만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되고 조심스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자동차로, 문정혁은 오토바이로 경주를 해서 제가 패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후 백화점에서 스쳐 지나가는 문정혁을 돌려세우며 ‘두번은 안 져’라고 말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컷’ 사인이 나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저와 문정혁이 민망한 나머지 나란히 두번씩 앉았다 일어나기를 해서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 엉뚱한 코드가 잘 맞아서인지 문정혁과 함께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요”라며 문정혁과의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 엄태웅의 성공시대 예견한 '부활' PD의 꿈

엄태웅을 안방극장의 스타로 올려놓은 드라마는 1인2역을 맡은 ‘부활’이다. 엄태웅은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실미도’, ‘가족’, ‘공공의 적2’ 등의 영화와 ‘구미호외전’, ‘쾌걸 춘향’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러나 엄태웅은 ‘부활’에서 어려서 헤어져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 형제 서하은과 유신혁 역을 모두 맡아 연기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 내며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부활’은 방송 중반까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에 눌려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으나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0%를 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부활’ 제작진이 이전까지 주인공을 맡지 못했던 엄태웅에게 부담이 큰 1인2역을 선뜻 맡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부활’ 연출자인 박찬홍 PD의 꿈 때문이었다. 당초 엄태웅은 ‘부활’에서 고주원이 연기한 정진우 역에 캐스팅 됐다.

그러나 박찬홍 PD는 주인공 캐스팅을 고심하던 어느날 꿈에 엄태웅이 자꾸 보였다며 엄태웅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렸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찬홍 PD의 꿈은 엄태웅의 성공시대를 예견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살려 배우로서 성공시대를 연 것은 엄태웅 자신이다. 하지만 그 꿈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은 ‘부활’은 물론 ‘늑대’에서도 주인공을 연기하는 엄태웅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한국 김은구 기자(kingkong@sportshankook.co.kr) / 사진 박철중기자






2006.01.09 (09: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