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극 ‘달콤한 스파이(이하 달콤스)’는 운이 없다. 목욕탕 장면 노출로 곤욕을 치른데다 MBC가 난국에 휩싸이면서 드라마 자체로서
홍보하고 평가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달콤스’는 MBC에서 ‘신돈’과 함께 그나마 시청률 10%대에 올라있는 드라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신입사원’을 쓴 이선미 김기호
부부작가의 작품답게 개성이 돋보인다.
‘달콤스’는 드라마 구조가 명확하게 설정이 안된 채 진행된다. 인물 사이의 관계가 유기적이지 않아 빈틈이 많다. 배후를 움직이는 인물이
있고 밝혀져야 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그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그런데 ‘달콤스’의 매력과 잔재미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느슨한 구조에서 나온다.
‘달콤스’에는 나사가 빠진듯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만화적 요소가 강하다. 그 인물들은 대부분 진지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B급’ 분위기가 나오지만 따뜻한 구석도 있다. 인물들의 얼키고 설킴이 정교하다면 갈수록 긴장을 더해주겠지만 ‘이상한 느슨함’은
오히려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좌충우돌하는 여순경 순애(남상미)의 걸음걸이는 훈련된 경찰의 자세가 아니며 아빠 옷 빌려 입은 듯 커보이는 그녀의 복장은 ‘몸뻬’ 바지를
연상케한다. 그럼에도 ‘코알라’ 순애의 얼빠진 매력은 귀여움으로 화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경찰대를 나온 최고의 재원 박은주(유선) 경위는 도발적인 악녀 같지만 실은 실속 없고 뒤통수 맞는 헛똑똑이이다. 범구파 일당들도 별로 악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체육관을 아지트로 삼는 범죄집단과 비범죄집단간의 소통이 자연스럽다. 한물간 조폭 보스로 범구파 두목인 최불암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한다.
금융권에서 막대한 자금을 뿌리고 있는 한유일(데니스 오)과 권력의 실세와 연줄이 닿아있는 듯한 송위원장(김일우)은 정체불명의 인물이나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인물 같지도 않다. CIA와 흑룡회가 등장하는 걸로 봐서 뭔가 국제적인 배경이 있고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은데 10회까지
진행되고도 그들의 꿍꿍이속은 알 길이 없다.
국제적인 스파이로 알려진 유일의 비서실장 ‘고슴도치’(기주봉)는 텀블링을 하며 나타나 유일에게 조직을 위해 여성에게 빠지지 말라고 한다.
박은주 경위의 눈빛은 질투만이 아닌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엄청난 무엇이 있을 것 같은데, 또 실제로는 별것 아닐 것 같은 분위기’가 이 드라마를 끌고가는 힘이기도 하다.
‘달콤스’의 또 다른 매력은 시청자를 강하게 몰입시키는 멜로라인이다. 지금은 순애-유일의 러브라인이 확실하게 잡혀있고(사실은 가짜연인)
이들의 키스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 가장 멋진 키스신이라는 반응을 낳을 정도로 네티즌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얼음보다 찬 강준 수사과장(이주현)의 가슴속에 움튼 순애에 대한 일편단심은 용광로보다 더 뜨겁다. 강 과장이 라이벌인 유일에게
“애인이 경찰서 마루바닥에서 자고 있을때 너 뭐하는거야”라고 호통칠 때 처자(處子)들은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든든히 지켜줄것 같은 남성상을
느꼈을 것이다.
남상미는 귀엽고, 데니스는 멋있고, 이준현은 ‘키다리아저씨’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이쯤 되면 삼각관계 구도를 붙이는 작가의 능력은 평범을
벗어났다.
그런데 강준에게 순애가 죽은 선배의 아내라는 사실이 순애-강준 라인 형성에 걸림돌로 작용할까? 오히려 강준의 마음이 연민에서 애정으로
바뀌는 도움장치가 될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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