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안방극장 복귀한 강문영
“이젠 촬영장에서 ‘선생님’으로 불려요. 아버진 해마다 ‘결혼운’이 있다고 하던데…”

강문영이 8년 만에 MBC-TV 사극 ‘신돈’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첫 촬영이 있던 날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떨렸을 만큼 긴장했다고. 어느덧 ‘선생님’ 소리를 듣는 중견 배우가 된 그녀는 이혼의 아픔도, 다시 시작할 결혼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여유를 보였다.

“부모님이 사극을 좋아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8년 만에 드라마 ‘신돈’으로 복귀한 강문영을 만나기 위해 용인에 위치한 야외 촬영장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약 3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신돈’ 야외 촬영장은 세트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성처럼 보였다. 스티로폼과 나무를 이용해 제작된 여느 드라마 세트와는 달리 이곳은 실제로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좀 떨어진 거리에 촬영장이 있어 강문영은 전날 그곳에서 묵었다고 한다.

“오늘 촬영은 한 장면밖에 없지만, 촬영장에 오고 가기가 힘들어서 어제는 이곳에서 잤어요. 원래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아침 7시까지 촬영장에 도착하려면 서울에서는 3시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되거든요. 오래 쉬어서 그런지 연기하는 것만큼이나 촬영 스케줄 맞추기도 힘드네요.”

강문영(39)이 오랜 휴식을 끝내고 MBC-TV ‘신돈’으로 복귀한 것은 지난 1997년 MBC-TV ‘미망’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그녀는 단막극 출연 외에는 활동을 자제하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생활했다고 한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해서 서른두 살 때까지 개인 생활이 거의 없었어요. 열여덟 살 때부터 따라다닌 ‘연기자 강문영’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장 안 하고 외출도 하고, 마음껏 여행도 다녔죠.”

강문영이 ‘신돈’에 출연하게 된 것은 부모님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다. 처음 출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녀는 워낙 긴 휴식기간을 갖은 터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즐겨 보는 사극에 딸이 등장하기를 은근히 바랐고 강문영은 이런 부모님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어르신들은 사극을 즐겨 보시잖아요. 엄마 아빠도 사극을 좋아하세요. 그래서 ‘신돈’에서 출연 요청이 왔다고 하니까 꼭 해야 한다며 강력히 추천하셨어요. 아마 다시 TV에 등장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에요.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처럼 부모님 말씀에 따라 출연하길 너무 잘한 것 같아요.”

그녀가 복귀작으로 ‘신돈’을 선택한 데는 오랜 공백기를 가진 자신에게 현대극보다 사극이 조금 더 유리할 것이란 이유도 담겨 있었다.

“8년이나 얼굴을 안 보이다가 갑자기 현대물을 통해서 과거와 똑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시청자들이 너무 낯설어 하실 것 같았어요. 현대물에서는 자칫 패션이나 메이크업 컨셉트를 잘못 잡으면 전혀 엉뚱하게 보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사극은 의상 자체가 원래 어색하잖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조금 덜 낯설어 할 것 같았어요.”

강문영은 막상 출연을 결정하고 대본을 처음 받은 날 덜컥 겁부터 났고 다시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한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10년 넘게 연기자 생활을 했지만 8년이란 공백은 그녀에게 큰 무게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 생활을 했지만 8년이란 공백을 무시할 수는 없더라구요. 듣기 좋게 ‘예전 그대로다’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카메라는 거짓말을 안하거든요. 촬영 첫날만 해도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그걸 극복하는 데 열흘 넘게 걸렸어요.”

강문영의 말처럼 8년이란 시간은 결코 작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진 나이가 됐다. 한 후배 연기자는 그녀에게 ‘선생님’이라고까지 부른다.

“쉴 때는 몰랐는데, 다시 활동을 시작하니까 나이를 먹었다는 게 가슴에 와 닿아요. 예전에는 전부 선배님들이었는데, 이제는 웬만한 현장 스태프들도 전부 동생뻘이고 어떤 친구는 저한테 ‘선생님’이라고까지 부르더라구요. 내가 벌써 ‘선생님’소리를 들을 나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어요.(웃음)”

강문영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후배는 그녀와 나이 차이가 20년이나 난다.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문영도 곧 40대가 된다. 여자 나이 40에 대한 그녀의 심정을 물었다.

“나이 먹는 게 뭐 그렇게 좋겠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도 있어요. 어렸을 때는 조급하기도 했고, 뭔지 모를 불안감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많은 것에 여유로워졌어요. 앞으로는 얼굴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아닌 나이가 주는 완숙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려구요.”

“이혼·부상 겪으며 세상으로부터 더욱 멀어졌어요”

강문영은 1985년 MBC 공채 탤런트 18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어린 나이에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방송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무섭고 두려웠다고. 소극적인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베일에 가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저를 두고 ‘베일에 가린’이란 표현을 자주 섰는데, 사실은 아니거든요. 학창시절에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렸는데, 방송국에서는 나이 많은 어른들이 어려워서 동료들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강문영에게 KBS-TV ‘야망의 세월’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야망의 세월’에 출연하기 전까지 강문영은 촬영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따로 밥 한 번을 먹어본 일이 없었다.

“연기가 하기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아무리 힘든 일도 촬영장에서만큼은 잊어버리거든요. 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꾸만 피하게 됐죠. 그런데 ‘야망의 세월’에서 운동권 PD역할을 할 때, 처음으로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사람들과 교감하는 게 행복한 일이란 걸 알게 됐어요.”

함께 일하던 동료와도 잘 어울리지 못했던 수줍음 많던 소녀가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까지는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야망의 세월’ 출연 이후 강문영은 동료들과 허물없이 지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시간도 길게 가지는 못했다. 이혼의 아픔은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제가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에 대해 계속 시달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과거에 묶여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꾸만 숨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이혼에 대해 두 번 다시 묻지 않을 때까지 숨어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혼의 상처가 아물고 다시 연기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 쯤, 강문영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2년 전, 운동을 하다가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당한 것. 당시 강문영은 코뼈가 완전히 부서져 내려앉는 큰 사고를 당했다. 결국 얼굴 피부 조직을 들어올린 채 코뼈 하나하나를 맞추는 대수술을 받았다.

“너무 심하게 다쳐서 아직까지도 코 주변의 뼈가 갈라져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당시에 너무 아파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은 제가 성형수술을 했다면서 ‘늙지 않으려고 발악을 한다’고 수군거렸어요. 더군다나 언론에서는 수술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심하게 부어 있는 제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까지 하더라구요. 몸도 너무 아프고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니까 한동안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겪었던 아픈 시간을 이기고 다시 방송에 복귀한 강문영에게 가수 이승철은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했다.

“스물다섯 살에 (이)승철씨를 만나서 서른두 살에 헤어졌어요. 제게 그 시간은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던 추억이에요. 이혼을 했다고 해서 그 시간을 지우고 싶진 않아요. 이제는 승철씨가 결혼이나 가수활동 모두 잘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제 아이가 ‘엄마 옛날 남편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노래도 잘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거예요.”

강문영은 지금도 이승철의 가장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이승철이 신곡을 발표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앨범을 사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그녀는 결혼생활을 하며 이승철과 의견 차이로 다퉜던 기억들도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인연이 그것밖에 안 됐던 걸 어쩌겠어요. 가끔은 내 잘못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한때는 미운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미안한 마음이 앞서요. 서로에게 지난 일이 상처로 남지 않길 바랄 뿐이죠.

“아버지는 매년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세요”

강문영의 별명은 ‘집순이’다.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촬영이 없는 날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 요리를 하거나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강문영은 부모님이랑 함께 보내는 시간도 여느 딸보다 많다. 그녀는 매년 두어 차례 부모님과 여행을 간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와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엄마와 딸은 나이가 들면 서로 친구가 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친구처럼 싸우기도 하고 또 돌아서면 금방 잊고 깔깔거리며 웃죠. 나이를 떠나서 여자는 여자끼리 통하는 게 있어요. 이제는 엄마와 딸이 아닌 같은 여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알려진 것처럼 그녀의 아버지는 역술가인 백운산 선생이다. 아버지인 백운산 선생은 강문영에게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점치는 아버지의 지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지만 백운산 선생은 딸인 강문영에게만큼은 점을 봐주지 않는다.

“특별히 점을 봐달라고 조르지도 않지만, 봐주지도 않으세요. 대신 해마다 ‘올해는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세요. 그런데 그건 점이 아니라 아버지의 희망 사항인 것 같아요. 왜 부모들이 아이들한테 ‘넌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는 것처럼 ‘너 올해는 결혼할 수 있어!’라고 항상 격려해 주시는 거죠.(웃음)”

“그럼 이제 결혼 발표 취재만 남은 거냐?”는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 그녀는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강문영은 언제든 좋은 남자만 나타나면 숨기지 않고 바로 결혼을 발표할 것이라고. 그녀의 이상형은 눈이 선하고, 키는 너무 크지 않으면서 마음이 따뜻한 남자라고. 이혼과 부상의 아픔을 딛고 오랜만에 사극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강문영이 드라마가 끝나기 전, 좋은 짝과 만났다는 행복한 뉴스를 전하게 되길 바란다.

 

레이디경향 글 김성욱 기자 / 사진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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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8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