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겨울나그네' 주연 오만석, 원작자 최인호 만나 "감정 진폭 큰
배역… 걱정인데 어떡하죠?" "내가 장풍 넣어줄까? 자, 받어! 염려 말고"
오만석. 부리부리한 눈매에 짧게 깎은 머리 때문에 인상이 강렬하다.
서른한 살의 이 남자, 뮤지컬 ‘헤드윅’으로 지난달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떠오르는 스타다. TV드라마 ‘신돈’에
출연하느라 머리를 깎았다. ‘만짱’(만 최고!)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보석같이 빛나는 배우 오만석’이라는 인터넷 팬클럽도 거느리고 있다.
정통파 연극 ‘이(爾)’ ‘갈매기’를 거쳐 뮤지컬 ‘달고나’ ‘암살자들’ 무대에 섰던 그는 요즘 연출가·제작자마다 조승우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다.
만짱이 12월 1일 개막하는 뮤지컬 ‘겨울나그네’(연출 윤호진)에서 주인공 민우역을 맡았다. ‘겨울나그네’는 작가 최인호가 1984년
내놓은 소설로, 영화와 TV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고 1997년 뮤지컬로 초연됐다. 더없이 순수한 대학생 민우는 다혜와 사랑에 빠지지만, 갑자기
찾아온 운명의 반전은 그를 기지촌 밀수꾼으로 전락시킨다. 영화에서는 강석우, 드라마에서는 손창민이 민우 역으로 스타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21세기에도 그런 무균(無菌) 낭만 청년이 가능할까? 지금 한창 민우로 변신 중인 오만석이 한남동 작업실로 작가 최인호를 찾아갔다. 와르르
물음표들이 쏟아졌다.
▲오만석=(두 권으로 된 낡은 소설책을 만지며) 순정 하나만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요.
▲최인호=이달에 다시 그 소설(열림원)을 내게 돼 나도 다시 읽었어요. 감정 과잉이다 싶은 건 빼고 좀 수정도 하고. 누구나 지닌 보리수
같은 나무, 아름다운 사랑의 원형은 언제나 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이번 무대에서는 민우가 ‘갈매기’를 공연하는 장면이 들어가요. 공연을 준비하다 다혜를 만나죠. 원작과 좀 달라졌는데 아쉽지 않으세요?
▲최=재구성이야 원작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죠. 1993년 윤호진씨가 “‘겨울나그네’를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고 전화를 했어요. 춤은커녕
노래도 못 하는 한국 배우들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4년 뒤 무대를 보곤 저도 울고 다른 관객들도 울었어요.
▲오=뮤지컬은 노래와 춤이 있어서 확실히 특별한 재능을 더 요구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이야기와 곡이 이 무대의 결정적인 요소인데, 나이든
분들도 과연 좋아할까요?
▲최=아, 그럼. 나는 글 쓰는 게 힘겨워 우울증에 걸렸어요. 그래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울면서 가슴이 시원해졌어요. 울음이
사람을 정화시키잖아요. ‘겨울나그네’도 그럴 겁니다. 다들 자기 청춘 시절을 생각할테고….
▲오=소설 한편이 이렇게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만들어졌네요. 창작품 하나가 이렇게 문화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최=문화라는 건 넘치면 돼요. 물이 차야 넘을 거 아닌가. 우리가 안쪽에서 폭발력을 가지면 자연적으로 번지게 돼 있어. 박주영이 축구장에
나오면 2만 관중이 온다잖아요. 그게 프로라고. 그나저나 흥행시키려면 이름을 ‘십만석’으로 바꿔야겠다.
▲오=민우는 감정 진폭이 큰 배역이라 걱정입니다. 어떡하죠?
▲최=내가 장풍(掌風) 넣어줄까? (장풍을 날리는 포즈로) 자, 받어! (웃음)
공연은 12월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민우 역은 오만석·민영기가, 다혜 역은 윤공주·전소영이 나눠맡는다. (02)575-6606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coeur.chosun.com)
2005-11-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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