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혜리', "분장하면 사람 놀랄까봐
밥도 못 먹으러가요"
대하 사극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연기자 김혜리(35)가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조광조'
'태조왕건' '왕과 비'에 이어 왕비 역만 4번째인 그녀가 이번에는 독기를 품은 듯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현재 MBC TV
특별기획 드라마 '신돈'에서 그녀는 천하를 호령한 원나라의 왕비
'기황후'로 출연하고 있다. '레드 혜리'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그녀는 의상에서 부터 눈빛 하나까지 강렬한 여장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칭찬을 받으면 더 예뻐진다는 말처럼 '기황후'를 연기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난다. 1년 반이라는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그녀에게 있어 다시 시작한 연기 생활은 그것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하루 하루가 행복하다는 것.
"할수 있는데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방송할 때는 몰랐는데 제가
연기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살아오면서 했던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녀는 지난 1년 반 동안 음주 파문에서부터 부친상까지 참 많은 일을 겪었다. 1988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이래 가장 긴 시간을 보냈다는 그녀는 많이 성숙해 있었다.
"지난 1년 반은 너무 힘이 들었다. 제가 잘못한 값을 다
치루게 하실 모양이셨는지 집안에까지 안 좋은 일이 생겼고, 정말 그때는 '그만 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하고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참 편하게 살아왔구나’를 깨달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감 없었던 내 행동 때문에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자신감 마저도 잃어버렸던 그녀가 최근에는 ‘신돈’ 홈페이지에 직접 자신의 과오에 대한 글을
남겼다. "많은 관심을 보여준 '신도니안’들이 가족 같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감히 글을 남긴다는 게 겁이 나서 글을
올릴까 말까 수없이 망설였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는 생각에 독수리 타자 실력이지만 힘겹게 글을 남겼는데, 오히려 글을 남기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연기 활동에 더 많은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모자란 저를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이
잊지 않고 찾아주셨을 때 기뻤지만 제가 함께 함으로 인해 오히려 누가 될 까봐 고민도 많이 했어요. 결정적으로는 '연기자라면 연기로서 보여줘야
한다'는 제작진의 설득에 '신돈' 에 출연하게 됐지요”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는 그녀는 첫 대본 연습날 반겨준
손창민과 정보석 등 많은 출연진들에게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생활에 감사하고 행복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 예쁘게 보이는 것 포기 ; '신돈'을 통해 '기황후'가 재조명되길
왕비만 4번째라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
그간 전통적인 여인상을 연기 했던 그녀의 모습은 '신돈'에서 찾아볼 수 없다. 화려한 의상과 화장으로 치장을 한 그녀는 팜므파탈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사극에서는 지고 지순한 여인을 연기 했었기 때문에 ‘기황후’가 저인줄 몰랐다는 분들이
많다. 일반적인 사극에서의 황후의 모습이 근엄하고 무게가 있었던 반면 '기황후'는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다. 목소리 자체도 나근나근하게 발음해야
하고, 늘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옆으로 흘겨보면서 연기를 한다"
여자라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예쁘게 보이기를 거부한다고 말한다. 경극 수준의 하얀 얼굴에 날라가는 듯한 눈썹과 강렬한 입술 등 기황후의 처음 컨셉트는 그녀가 봐도
무서웠다는 것. "연기보다 제 모습에 더 집중하시게 될 까봐 지금은 조금 다운시켜서 가고 있어요. 이번 역은 예쁘게 보이기를 포기해야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덕에 2시간 이나 걸리는 분장을 끝내고 나면 사람들이 놀랠까봐 밥도 먹으러 갈 수가 없어요"
일년 반이라는
시간을 침묵하면서 보내는 사이 연기에 대한 열망만 더 커졌다는 그녀는 지금까지 그 많은 사극을 하면서도 따로 하지 않았던 역사 공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기황후'라는 인물이 워낙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책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알아봤다. 왜 중국의 황후까지 된 이 여자가 고려에 애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봤다. 고려에서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최고의 위치에 까지 오른 만큼 기황후는 분명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해 애증 같은 연민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캐릭터인 데다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배역이라 더 자유롭고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
'기황후'에 흠뻑
빠져 있는 그녀는 "앞으로 '신돈'이 전개되면서 기황후의 인간적인 면이 조금씩 부각될 것"이라며, "'왕건'을 통해 궁예가 주목을 받았듯 이
드라마를 통해서 '기황후'라는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마직막으로 김혜리는 "언제나 그렇듯
많은 분들에게는 안 좋았던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렇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제게 보여준 관심에 보답하고
싶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잘 이겨낸 만큼 이제부터는 숨이 턱에 받칠 때까지 뛰고 싶다"고 다시 시작한 연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MBC TV '신돈'에서 '기황후' 역을 맡아 색다른 면을 선보이고 있는 김혜리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밝혔다.
마이데일리 안지선 기자(aj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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