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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 뮤지컬 '겨울나그네'의 한민우 역을
맡았다. 사진을 찍기로 했다. 누군가 "벤치에 앉아 애틋한 연애 편지쓰는 모습을 찍으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벤치에 앉아 흰 종이에
끼적거리는 척 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사진을 다 찍고 나서 흰 종이를 슬쩍 보니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다혜氏, 처음 만났던
날 생각나요?따뜻했던 봄 햇살에 몸이 나른해지던 늦은 오후였죠.(중략)" 진짜 편지였다. 8줄 가량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왜 이런 짓을했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그는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래야 진짜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살아날 것 같아서요."이런 우직함이 그를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을까. 바로 뮤지컬 배우 오만석(30)씨다. 지난해 조승우란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다면, 올해는 오만석의 해라는 데 뮤지컬계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지난달 열린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도 그는 남우 주연상과 최고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 '헤드윅'
'암살자들'로 숨가쁘게 달려온 그가 다음달 '명성황후'를 제작한 에이콤의 '겨울 나그네'(최인호 작, 윤호진 연출)로 한해를
마무리한다.
"겨울 나그네 한민우의 순수한 이미지와 달리 이목구비 뚜렷한, 강한 인상이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나?"첫
질문부터 좀 세게 나갔다. 상대방을 살펴보기 위한 일종의 잽이랄까.
"이미지란 결국 배우가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인상은
강하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제 몫이겠죠. 2막에선 세상에 냉소적이고 찌든 한민우로 나오니 제 인상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역시 만만치 않았다. 더 질러야 했다.
"조승우씨는 뮤지컬을 넘어 '말아톤' 등 이젠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반면 오만석씨는 '신돈'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등 여전히 뮤지컬계에 머무르고 있는데…""지금도 너무 빨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괜한 겉멋 들지 말자'며 스스로 견제해야 할 정도니깐요. 제 철학은 '만년 2등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깐요."카운터 펀치였다. 무엇보다 겉으로 폼잡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옹골참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본래 연극 배우로 출발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연극반에 푹 빠져 지냈다. "연극이란 분출구를 만날 수 있어 조금은
우울했던 청소년기에 내가 엇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고 그는 회상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로 입학한 뒤 1999년
'파우스트'로 데뷔했다. 이듬해 '이(爾)'로 연극협회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력에선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다. 영역을 넓혀 뮤지컬은 물론 무용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춤이라기 보단 그저 꿈틀거리는 몸짓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했으나 무용계에선 "날 것의 생명력이 넘쳐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TV로 매체도 다양화하고 있다. "호흡을 끊어가며 하는 연기가 새롭다. 편집 화면을 보는 것도 좋은 공부"란다.
총각
같지만 그는 4년전 결혼한 유부남이다. 부인은 세살 연상이다. "결혼 얘기 알려져 팬클럽 회원이 반으로 줄었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이제 갓
세돌 지난 딸 영주 얘기에 그는 마냥 싱글벙글했다. "성전환자를 소재로 한 '헤드윅'에서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선 '아빠는 여자야 남자야'라고
묻더라고요. 애가 성적 정체성으로 혼돈에 빠진 것 같은데…. 배우하면 다른 건 몰라도 '남장 여자'역은 무척 잘 하겠죠. 시킬까요?" 공연문의
02-575-6606.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 사진 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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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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