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MBC의 저력을 보여주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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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삼순이’와 ‘금순이’를 내보내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부활된 ‘베스트극장’의 ‘태릉선수촌’(극본 홍진아, 연출 이윤정)은 MBC의 저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불치병과 출생의 비밀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며 종국에는 출연배우 대부분이 어떤 행태로든 가족으로 엮이고 마는 여느 트렌디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재의 참신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스포츠를 드라마의 소재로 삼는 건 매우 위험하다. 94년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제외하면 히트한 스포츠 드라마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태릉선수촌’은 아예 수영 체조 양궁 유도 등
비인기종목 선수 4명의 얘기를 그리는 실험을 감행했다.
그러고도 시청자의 호평을 받는 것은 스포츠 경기에 치중하지 않고 스포츠를
하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슬럼프 그리고 사랑, 다시 말해 ‘우리 젊은이의 생활’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젊은 남녀를
태릉선수촌 안에 감금(?)시켜 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의 법대 학생들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하버드~’의 주인공 하트는 리포트가 안 풀리자 기숙사 밖에 나와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질러댔다. ‘태릉선수촌’에서는 4명의 남녀가 힘들 때면 비
맞으면서 진흙바닥에 뒹굴어본다. 물방울의 영상미를 보여준 이 장면은 너무 건강하면서 아름다워보였다. 시청자들도 한번 따라해 보고 싶은 ‘귀여운
일탈’이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생활하다보면 그들끼리의 사랑이 싹트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민기(이민기)를 사이에 두고
수아(최정윤)와 마루(김별)가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수아와 오랜 연인관계인 동경(이선균)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사랑은
순수하면서도 귀엽다.
아마추어라지만 메달 색깔로 성골과 진골, 천민이 갈리는 우리 스포츠의 세계는 냉엄하다. 부상의 위험도 그들을
불안케 한다. 껄렁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바리 유도선수 민기, 후배 때문에 상비군으로 내려오는 슬럼프에 빠지는 수아, 비인기종목에 대한
차별대우와 미래에 대한 불안, 성적에 대한 회의를 감당해야 하는 동경, 얄미운 느낌이 들지만 부상으로 중도 탈락하게 되는 체조천재 마루 등은
톱스타는 아니지만 서로 다른 4색 매력을 보여주며 캐릭터를 살아 있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4명의 힘 들어가지 않은 연기와
홍진아 작가의 군더더기 없는 대본, ‘떨리는 가슴’때도 시청자를 떨리게 만든 이윤정 PD의 연출력이 어우려져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고민은 곧 우리
시청자들의 고민으로 화한다.
4부작 드라마인 ‘태릉선수촌’은 늦은 시간에 방영됐음에도 지난 5일 7.0%(TNS미디어 리서치)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처럼, MBC가 ‘태릉선수촌’류의 깔끔한 드라마를 하나둘 만들다보면 언젠가는 ‘드라마의
왕국’이라는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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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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