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벗어 던진 유쾌한 이야기 - MBC 베스트 극장 ' 태릉 선수촌'
MBC TV <베스트극장>의 '태릉선수촌'은 MBC 최초의 여성 드라마 감독 이윤정 PD의 장편 데뷔작이다. 4주짜리 초 미니시리즈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성 영화감독들과 여성 드라마작가들의 활동력과 인기를 떠올리면 여성 PD가 연출한 드라마를 2005년에야 만난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이제라도 볼 수 있는 걸 기뻐해야 할지, 이제서야 보게 되는 현실을 슬퍼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태릉선수촌'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만큼의 개성과 야심, 도전으로 가득 찬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분명, 행운이다. 물론 '태릉선수촌'이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스포츠만화들을 통해 선수들의 눈물 나는 성공과 실패의 인생사를 보아왔고, 많은 영화들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들과 사랑에 빠져왔다.

'태릉선수촌'이 하고 있는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길 때나 질 때나 훈련을 멈출 수 없는 선수들. 자신은 천재가 아니며, 심지어 지는 별이라는 진실을 메달 대신 목에 걸더라도 멈출 수 없는 길. 그들을 통해 우리가 삶을 사랑하고 성장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태릉선수촌'의 주제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러한 주제는 그 자체로도 새롭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건 다른 욕심 없이, 오직 그 주제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데만 집중하는 고집이다. 운동하는 모습을 화려하게 찍어 화면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건 요즘 드라마의 추세고 '태릉선수촌'은 주소재가 운동인 만큼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을 텐데도, 전혀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태도는 제작진의 이유 있는 고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태릉선수촌'의 또 다른 장점은 생생하고 강력한 여성캐릭터다. 양궁선수 수아(최정윤)와 체조선수 마루(이별)는 예쁘거나 청순해서 매력적인 캐릭터(물론 예쁘기도 하다)가 아니라 멋있어서 매력적인 캐릭터다. 많은 드라마 속 여자들은 남자주인공의 개성을 보완하거나 잘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혼자서는 어떤 사건도 만들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태릉선수촌'의 매력둥이들은 확실히 다르다. 그녀들은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사건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강한 성격 때문에 갈등한다. 이들의 개성은 너무나 강하고 달라서, 수아와 마루가 한 방에 있기만 해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될 지경이다.

'태릉선수촌'의 성공적 출발은 시청률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베스트극장>의 장점과 제작진의 개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참신한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의 자부심과 멋진 드라마 선물을 받는 시청자의 즐거움도 이처럼 멋진 조화를 계속 이뤄 가길 바란다.





2005-11-04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