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리' 수많은 색 중에서 굳이 가을을 상징하는 색을
꼽으라면 나는 황금빛을 선택하겠다.
생명이 주는 풍요로움과 동시에 저물어가는 쓸쓸함을 이만큼 적당하게 표현한 빛깔은 없을 듯하다. 사계절을 인간의 변화에 빗댈 때 가을은 흔히
중년과 저물어가는 노년의 상징으로 이용된다. 지는 낙엽의 쓸쓸함과 원숙한 아름다움이 주는 완성미는 역시 황금빛과 맞닿아 있다. 중국이 황금빛을
황실의 색으로 지정하여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황금빛의 세련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는 다른 색이 내기 힘든 위엄까지도 가지고 있다. 사람 중에도 황금빛을 발산하는 이들이 있다. 일반인이
감히 접근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그들은 세련되면서도 고귀한 느낌이 들고, 신비로움도 느껴진다.
국내 배우 중에서 황금빛 같은 연예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김혜리가 꼽히지 않을까. 미스코리아 출신다운 아름다운 몸매는 마른 듯하면서도 볼륨이
느껴지고, 선이 굵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서구적인 동시에 동양적인 굴곡을 가지고 있다.
나는 20대의 그녀보다 30세를 넘긴 현재 그녀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20대의 김혜리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최고의
미인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아름다움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에 따라서 형성된 잠재적인 아름다움과 카리스마가 30세를 넘긴 지금에서야 서서히 표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대 그녀의 얼굴에서
광대뼈는 어딘가 어색한 개성이었으나 지금은 얼굴 굴곡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커다란 입술은 도도하면서도 강단 있는 느낌을 준다.
데뷔 때부터 서구적인 얼굴로 인정을 받았지만 희한하게도 그녀는 사극과 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조광조` `태조 왕건` `천년호` `용의
눈물` `왕의 여자` 그리고 현재 출연 중인 `신돈`까지. 처음에는
선이 굵어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지만 이제 와서 그녀를 보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만큼 위엄
있고, 야망이 넘치며 아름다운 여인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황실의 여인`이라는 닉네임까지 갖게 된 김혜리. 시간이 지날수록 원숙해지는 그녀에게 이 가을 황금빛이 우러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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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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