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악녀가 돌아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악녀'들이 다시 드라마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갖은 욕을 다 들으면서 상대적으로 선한 주인공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악녀'들은 드라마의 흡인력을 높여주며 시청률 상승에도 큰 몫을 한다.
극중 최진실의 투병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으며 40%대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KBS2TV '장밋빛인생'은 철없고 뻔뻔스러운 남편 반성문(손현주 분)과 그녀의 내연녀 오미자(조은숙 분)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주인공 자경(윤정희 분)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돈을 뜯어내면서도 뻔뻔스럽게 살가운 웃음을 짓는 계모 배득(박해미 분)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가고 있다.

평소에는 다정한 오누이같은 사이지만 화면에서는 원수가 따로없을 만큼 서로를 향해 독기를 내뿜는 이들의 모습은 친모 영선(한혜숙 분)의 애절한 사랑과 대비되며 한층 드라마의 진폭을 넓혀준다.

MBC '신돈'에서 전형적인 요부로 등장하는 기황후(김혜리 분) 역시 매력적인 동시에 극중 긴장을 극대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려한 의상 및 액세서리와 선정적인 자태로 매력을 뽐내지만 그 안에는 위험한 독을 품고있는 '팜므 파탈'의 전형이다.

이들 '악녀' 캐릭터들은 드라마에서 착한 주인공과의 대비, 주인공들이 극복하고 넘어야 할 고난 등의 역할을 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아 둔다. 브라운관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하면서도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

'하늘이시여'에서 배득은 윤자경의 현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 친모와의 상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장밋빛인생'의 오미자는 맹순이 반성문 부부를 아득바득 원수처럼 반목하게 만든 원흉이 됐고, '신돈'의 기황후는 극 전체를 뒤흔드는 위험요인으로 긴장감을 높여준다.

이달초 종영한 '여왕의 조건' 역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혼녀 오영주(김미숙 분)의 모습을 그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녀의 남편을 꼬드겨 이혼을 하게 만들고 그 후에도 끊임없이 영주를 괴롭히는 악녀 남난주(조미령 분)가 없었다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이 같은 '악녀'들의 드라마로의 귀환은 부작용도 낳는다. 전작 '인어아가씨'에서 그랬듯 '하늘이시여'의 배득이 내뱉는 대사들은 캐릭터의 특성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분장사 비하' 등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악녀' 연기를 하는 당사자인 배우 박해미는 최근 "극중 역할이 너무 부정적이다"는 이유로 의류 협찬이 끊길 만큼 열연을 했지만, 대사 한 마디조차 '악녀'답지 못하게 제약하는 드라마의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규창 기자(ry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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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