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겹치기’ 출연 늘어

스타급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정도를 넘어섰다.

겹치기 출연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양한 무대와 연기 변신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주범’이다. 그래서 뮤지컬계 일각에서는 겹치기 출연이 부흥기를 맞이한 뮤지컬시장에 찬물을 끼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만석은 뮤지컬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힌다. 굵직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연이어 맡은 그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헤드윅’에 이어 ‘암살자들’까지 출연했다. 현재 MBC 드라마 ‘신돈’에도 출연 중이고, 11월 말 무대에 오를 뮤지컬 ‘겨울나그네’ 연습도 시작해야 한다.

지난 여름 소냐와 함께 ‘갓스펠’을 공연한 류정한도 앙코르 공연이 끝날 무렵 ‘돈키호테’를 바로 시작했다. 윤공주와 서범석도 각각 ‘그리스’와 ‘불의 검’으로 무대에 오르며 차기작 ‘겨울 나그네’ 연습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뮤지컬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빗대 “현재 뮤지컬 주연으로 출연 중인 배우들 가운데 반 이상은 낮에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몇 명 안 되는 주연급 배우에게만 작품 제의가 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국내 뮤지컬 배우 중 주연급은 남녀 합해 10명 선, 비중 있는 조연급은 20?30명에 불과하다.

겹치기 출연은 무엇보다 배우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뮤지컬 배우인 남경읍은 "기획자들이야 돈을 벌어야 하니 흥행을 생각해 인지도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여러 작품을 동시에 출연하는 건 배우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겹치기 출연은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연출한 배해길 교수(여주대ㆍ뮤지컬과)도 “배우는 재충전의 시기를 가지며 넘쳐 흐르는 끼를 연기로 담아내야 하는데 충일감이 바닥난 상태에서 바가지로 박박 긁어서 겨우겨우 무대를 이끌어 가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배우층 확대 속도에 비해 급속히 늘어난 작품 수의 증가도 원인이지만 흥행에만 급급해 신인 발굴에 인색한 기획자들의 게으름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

300명의 지원자가 몰린 한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지망생 박모씨는 “주연이나 비중 있는 조연까지 이미 모두 내정돼 있어 앙상블 정도만 이번 오디션을 통해 뽑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배해길 교수는 “외국에서는 주연까지 모두 오디션을 반드시 거쳐 작품에 맞는 배우를 뽑는다”며 “우리나라에선 6~7개월 전에 주연배우를 미리 확보하려고 소모적인 경쟁을 벌인다"고 지적한다.

뮤지컬시장은 확대 일로다. 관객 100만 시대를 맞았다. 관객들 수준도 빠르게 높아졌다. 국내 뮤지컬이 ‘행진’을 거듭하려면 겹치기 출연이란 독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게 뜻있는 뮤지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헤럴드경제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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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7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