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신돈' VS 3억 '칭기즈칸', 승자는 누구?
최근 주말 방송가에 MBC 대하드라마 '신돈'(극본 정하연 연출 김진민)과 동시간대 KBS '칭기즈칸'의 경쟁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쪽이 140억이 투자된 대작이라는 점과 다른 한 쪽은 전편 수입과 더빙에 총 3억원이 들었다는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 때문만이 아니다.

또한 중국이 동북공정의 야욕을 조선족 사료 조작, 백두산 명칭 변경 등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몽골 제국의 정복사와 몽골에 맞서 자주를 주장했던 고려사로 대비되는 드라마가 동시에 방송된다는 불편함 때문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리라 생각되었던 이 두 드라마가 지난 주말 '신돈' 10.3%(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 '칭기즈칸' 11%를 기록하며 비슷한 시청률을 보인데 대해서는 두 작품의 뚜렷한 성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칭기즈칸, 영웅은 대중을 매료한다

주말 드라마의 판도에서 양 방송사 틈새를 노린 시간차 변칙 편성과 연애 멜로물을 원하는 대다수 시청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트렌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제껴둔 채, '신돈'과 '칭기즈칸'만을 살펴 본다면 두 드라마의 소구층은 뚜렷이 다르다.

'칭기즈칸'은 호쾌한 전쟁 신과 함께 바닥부터 시작하는 영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굳이 '해신', '용의 눈물'을 예로 들지 않아도 사극을 즐겨 보는 층이 영웅이 전쟁 등의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루는 구조에 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전 소설에서 흔히 다루는 이야기는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결합(혼인 성사소설)이나 영웅전기였다. 그만큼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르는 영웅의 이야기는 대중을 매료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거기에 매회 펼쳐지는 초원에서의 전쟁 신은 이전 정통사극의 전쟁 신에 익숙하던 시청자에게는 매력으로 다가간다. 전작인 '불멸의 이순신' 역시 인간 이순신을 비출 때와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던 전쟁 신을 방송할 때 시청률이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났던 부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칭기즈칸을 수입해 방송하는 KBS의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비난은 있지만 남성 취향의 드라마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칭기즈칸은 시야를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바라보는 호쾌한 면이 있다"며 "비록 드라마 상의 퀄리티가 떨어져 색보정 작업 등을 거치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표현하지 못하던 아시아 중심의 전쟁 이야기가 일정 시청층에게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칭기즈칸이 정벌했던 그 나라가 고려이며, 폭력으로 이루어진 정벌 이후 고려가 몇 세기 동안 원나라의 부당한 폭거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단순한 영웅 신화에 가세해 쾌감을 느끼기에는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한국인으로서 걸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

신돈의 이원화된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고 우리가 고려의 자손이기에 MBC '신돈'의 편을 들어준다는데도 무리가 있다. 분명 이전 여러 언론에서 언급했듯이 '신돈'은 정교한 세트 복원, 참신한 연출, 승리자의 역사에서 패배자의 꿈을 비추는 역사의식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미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경쟁작이 몽골 제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신돈'은 몽골이 어떻게 환락 속에서 몰락 했는가, 그 몰락의 과정에서 고려에 끼쳤던 비극은 무엇이며 당시 고려인들은 원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꿈꾸었는가를 짚어내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내부를 들여다볼 때 이 드라마는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 있다. 바로 고려, 원나라 황실을 주축으로 한 현실 세계와 주인공 신돈(손창민)을 주축으로 한 초현실의 세계이다.

신돈이 하늘을 날며 축지법을 쓰고, 안광만으로 바위를 두 쪽으로 쪼개는 초능력 장면에 대해 낯설어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정통 사극에 익숙해져 있던 층에게는 아무리 도술이나 공력으로 묘사한다고 해도 현실 원칙과 어긋나는 이 장면들이 '중국 사극 같이 과장되었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하연 작가는 2회 방송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돈의 초능력은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부분이다"며 "노비의 자식인 신돈이 뛰어나지 못했으면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상상력이 불러온 결과이다. 원나라의 폭정과 지배, 그에 빌붙어 토지와 노비를 장악한 권문세족에 대항해 개혁을 원한 세력의 성립과 몰락을 다룬 '신돈'의 세계에서 힘의 논리는 철저하게 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 '신돈'의 일반인을 능가하는 초능력의 힘은 현실적인 모략에 얽힌 세계관의 법칙을 깬다.

무협지와 사극의 세계가 섞일 수 있는 것은 난세에 대중을 현혹하는 '미륵신앙'이나 영웅신화일 뿐, 현실적인 권력의 야합과 힘의 논리를 다룰 때 '신돈'의 초능력은 갈 데 없이 공중에 뜨는 것이다.

'내가 초능력을 부리는게 아니라 그렇게 믿기를 원하는 이들을 속일 뿐이다'거나 '염불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배의 돛대를 지탱해야 한다'는 등의 선문답 같은 대사는 사극의 현실 법칙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거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신돈'의 한 제작진은 "그러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작가가 앞으로 신돈이 펼치는 가공의 세계와 현실 왕실 정치가 조화될 수 있도록 한쪽에 매몰되지 않게 펼쳐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신돈과 공민왕(정보석)이 만나면서 현실과 상상, 두 세계의 조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며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차원에서 신돈이란 인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차원의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신돈'과 '칭기즈칸'은 사극을 원하는 시청자 층의 취향에 부합하고 있다. 두 사극이 각자 어떤 식의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 낼지, 또한 시청률 반동을 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acti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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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