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순박한 농촌 총각인 덕구 역을 맡았던 김정욱(27)을 보면서 어디선가 낯이 익은 배우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덕구’ 아니냐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할 정도로 '덕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낯이 익은 배우’ 김정욱은 따지고 보면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는다.

김정욱은 96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했다. 당시 오디션의 경쟁률이 100:1정도 되었는데 최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민용과 최종 오디션에서 경쟁을 펼쳤다. 김정욱이 맡은 배역은 대사가 많진 않았지만 카리스마 하나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선배 ‘황선빈’역이었다.

당시 드라마는 높은 인기를 모으며 김정욱 이외에도 최강희, 허영란, 원영(송은영), 김래원, 안재모 등 스타급 연예인들을 배출했다. 그 때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함께 출연했던 동기들은 종종 모임을 가지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신선한 마스크로 소녀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김정욱은 당시 배용준을 제치고 남자 배우 인기투표 1위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는 잡지사에 직접 엽서를 보내야 인기투표에 참여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한류스타로 최고봉에 있는 배용준이지만 당시에도 인기는 늘 1,2위를 다투던 시절이었다. 김정욱이 데뷔 당시 얼마나 큰 인기를 모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데뷔 초, 하루 아침에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죠. 하이틴 스타들이 겪는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을 거예요. 행동의 제약이 많아 답답함을 느꼈고 유명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라 고등학교 시절 연기 생활을 그만 둘까 생각한 적도 있었죠. 때문에‘스타’에 대한 욕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대학 입학 후에는 성인 연기자로서 도약 또한 쉽지는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제대하고 나니 통장이 ‘마이너스’더라구요. 입대 전 구입했던 자동차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어요. 밤에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종종 사람들이 연예인 아니냐고 알아보시는 분도 있었죠.”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께 돈을 드리면 드렸지, 받아 써본 적 없는 그로서는 막막한 시절이었다.

김정욱은 이번에 아침 드라마 '내 곁에 있어(극본 박지현 연출 이형선)'에서 연기 변신을 한다. 출세를 위해 사랑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다 한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휘말리는 절절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현재 일본에서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방송되고 있고 일본 잡지 등 언론 매체에서도 김정욱의 인터뷰 요청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고 그만큼 올 한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성당에 다니시는데 정말 기도를 열심히 해주세요. 늘 천천히 주시는 것 같아요.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주시고 내가 할 수 있을 때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세계닷컴 두정아 기자(violin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