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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오현경 할아버지 어록 감동일색`눈길`
"재물도 마음이 평안한 집에 머문다"등 인생진리 전달

드라마에서 간혹 삶의 가치나 메시지를 `촌철살인`격으로 전해주는 인물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티격태격하며 싸우고 있으면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버리는 캐릭터다. 어떤 면에서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의 `요점정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심오하고 핵심을 찌르는 말을 일반인이 하면 어색해진다. 오현경 할아버지쯤 돼야 자연스럽다.

MBC 주말극 `누나`(극본 김정수ㆍ연출 오경훈)에서 남자주인공 건우(김성수 분)의 조부 역을 맡고 있는 오현경은 인생의 지혜와 진리를 간결하게 전달해줘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오 할아버지가 한마디 할 때마다 어록으로 추가된다.

"재물도 마음이 평안한 집에 머뭅니다" "팔만대장경을 한 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입니다" "반주 한 잔은 `통기(通氣)`다" "참깨, 들깨 노는 데 아주까리는 좀 빠져라" 등등.

`누나`의 중요한 매개체는 `돈`이다. 돈에 흔들리는 인간과 돈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상을 대비시킨다. 물질을 떠난 인간적인 가치와 순수한 사랑을 하려면 우선 오 할아버지에게 `과외`를 한번 받을 만하다.

오 할아버지는 적당한(?) 치매상태다. 정상과 이상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코믹한 상황이, 어떨 때는 일침을 가하는 성찰의 상황이 연출된다.

명언을 남기는 오 할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잔잔하고 아름답다. 도인의 풍모마저 풍긴다. 그래서 속물들까지도 보듬어 안는다. 시청자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이 시대의 나침반`이라고 한다. 오 할아버지의 말은 극에 암시를 주고 여운을 남긴다.

오 할아버지는 순수하니까 마치 아이 같다. `귀여운 노인`이다. `신돈`에서 큰스님으로 나올 때도 그랬다. 오래전 `TV손자병법`의 기업체 부장 역을 할 때도 그런 끼를 보였다.

증손녀인 핑크와 의사소통이 가장 잘된다. 핑크가 "할아버지 울어요?" 하니까 노인은 "햇살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한다.

오경훈 PD는 "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제대로 대접받는 노인상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들인 박건형이 오 할아버지에게 신문과 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효도하라`는 백 마디 말보다 감동적이다. 며느리인 김자옥은 시아버지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아는가. 할머니 할아버지 시청자들은 TV를 보며 `저 노인 부럽네` 하고 속으로 한마디 할 것이다.

`누나`의 오 할아버지와 똑같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일맥상통하는 감초 캐릭터로 `사랑과 야망`의 명자(김나운)를 들 수 있다.

전쟁통에 부모를 읽고 정신이 살짝(?) 나간 여자 명자는 모자라는 듯하지만 가끔 정신을 못 차리는 인물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역할이다. 그래서 상황을 시원하게 정리해준다. 그러나 명자가 가출 후 다시 태준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제정신이 돌아오는 바람에 지금은 `일침형 멘트`가 거의 없어졌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2006-10-16(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