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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는 남성팬이 많은 연기자다. 예쁘면서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꽤 높다. 그녀를 향한 김제동의 지칠줄 모르는 짝사랑은 연예가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송윤아가 MBC 주말극 ‘누나’(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에서 ‘처녀가장’으로 변신했다. 상당한 재산가였던 아버지의 실종으로 졸지에 몰락한 집안의 가장이 된 승주 역이다.
극중 아버지 실종 전후 송윤아의 모습은 둘 다 송윤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원래 매사에 자신만만한 부잣집 미술 전공 대학원생이라는 이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버릇 없는 철부지의 모습은 송윤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송윤아의 이미지에는 도도하고 냉정하며 화려한 분위기는 있어도 철딱서니 없지는 않다).
송윤아는 지금 모든 재산을 잃고 두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억척 또순이’ 처지다. 남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주먹으로 후려치고,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자 손님에게 성희롱도 당하지만 세파에 시달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지는 않는다.
송윤아의 현 상황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건 그녀의 작은엄마인 수아모(송옥숙 분)다. 승주집의 모든 재산을 가로채며 악역을 도맡아 하는 송옥숙의 ‘악녀 본성’이 강하게 드러날수록 험한 파도를 만난 승주네 남매들의 안쓰러움은 더욱 빛을 발한다.
원래 승주집에 얹혀살았던 수아모는 승주네 집을 빼앗아 이들을 내쫓았고, 수아(허영란 분)는 승주의 애인인 만년 대학 시간강사 건우(김성수 분)를 빼앗으려고 한다.
그러나 송윤아는 사랑게임에서 절대 질 리가 없다. 송윤아는 건우와 어떠한 난관에 처해도 물질적 관계를 떠나 순수한 사랑을 가꿔나갈 것이며, 이들 가족을 통해 돈 몇 푼에 흔들리지 않고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가족상을 부각시킬 것이다.
송윤아-김성수 멜로라인은 역대 랭킹에 들 정도로 잘 어울린다. 멜로라인은 연기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느낌이 좋다는 얘기다. 이 멜로라인만으로도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칠 드라마가 아니다.
자극적인 설정도 별로 없어 주말드라마로는 적격이다. 모든 악역을 송옥숙 한사람에게 몰아버렸고(송옥숙 남편인 조형기조차도 밉지만은 않다), 또 한 명의 누나인 건숙(윤유선 분)의 극악한 캐릭터를 통해 착한 누나(송윤아)를 대비시키는 정도다.
주말드라마조차도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캐릭터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을 유도하기에는 잔잔한 인물들이 너무 많은 것이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송윤아가 임시 거처로 마련한 가난한 건우의 가족과 친척(고모)이 사는 산동네 집은 초라하고 가난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텃밭 딸린 언덕 위의 안락한 작은 집은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인이 살고 싶어하는 공간이 아닌가. 제작진은 가난을 너무 추억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송윤아가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너무 깔끔하다는 게 ‘누나’의 흠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