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는 배역을 운명처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배역들은 어김없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연기자의 분신처럼 각인된다. 탤런트
박성웅이 요즘 그렇다. MBC 월화극 '태왕사신기'에서 '주무치'로 열연 중인 그에게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뿔처럼 뾰족하게 세운
헤어스타일에 밤송이처럼 덥수룩한 수염을 달고 저돌적으로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삼국지의 '장비'다. 시청자들은 '주무치'의 뚝심있고
저돌적인 캐릭터에 큰 호감을 나타내며 배용준에 버금가는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박성웅은 캐스팅 단계에서는 '주무치'가 아니었다. '태왕사신기'의 제작진은 액션 스쿨 1기생으로 알려진 그가 영화 '무영검'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접촉했다. 처음에는 배용준의 적진에 속한 자객으로 출연해 4회에서 숨을 거두는 짧은 역할이었다. 초기 대본에서도 배용준을 지키는
근위대 당주 '각단'으로 출연한 이다희와 멜로 라인으로 묶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대본이 수정되고 제작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주무치' 배역을
거머쥐게 됐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왕사신기' 촬영에 매달리면서 우역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9월 키르기스스탄 로케에서는 아찔한 낙마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모래 언덕길을 20여 마리 말과 함께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지면서 말떼에 짓밟힐 뻔한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스태프들은
자욱한 모래 속에 말발굽 소리만 들려 그가 죽은 줄만 알았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액션 스쿨에서 익힌 낙법으로 말떼를 아슬하게 피하면서 큰
부상을 피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전남 나주에서도 또한번 낙마 사고를 겪어 위기를 맞았다. 이번엔 허리 부상을 입었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촬영을 강행해 동료들의 감탄을 사기도 했다.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도끼도 다루기가 쉽지 않다. 액션 장면이 많다보니 미술팀에서 제공한 5개의 도끼를 모두 부러뜨렸다. 마지막 남은
하나도 얼마전 말밥굽에 밟혀 휘어졌다. 도끼를 다시 제작하는 게 쉽지 않아서 애지중지 목숨처럼 아끼면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그는 '주무치' 역할에 대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될 좋은 배역을 맞았다"며 진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영화 '무영검'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 등에서 강렬한 악연 연기를 펼쳐 주목을 끌었지만 일반 영화팬들에게 그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그러나
'주무치'는 다르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그의 독특한 캐릭터가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완벽한 외모와 절절한 멜로 연기는 필요없었다.
피냄새가 흥건하게 풍기는 전사의 몸이지만 연인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순정남으로 두 얼굴의 연기를 펼쳐 인간적인 매력을 솔솔 풍기고 있다. 연기
생활 11년째를 맞는 그는 "인생의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데 그 중 한번을 잡은 것 같다. 박성웅이 아니라 '주무치'로 불리는 게 이렇게 기쁠
줄 몰랐다"면서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김도훈기자 d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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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9
(1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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