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의도

킬미힐미 기획의도

초등학교 시절, 마치 예언처럼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21세기에는 물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하고, 정신병원이 성업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노란 병아리들 마냥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동시에 엥? 벙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말도 안 된다는 듯 우하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만 틀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게 물이고, 펌프질 서너 번만 하면 맑고 차디 찬 물이 샘솟는데, 아니 대체 어떤 미친놈이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단 말인가. 뿐인가? 정신 병원이 성업한다는 얘긴 결국 미쳐 날뛰는 사람들이 지천에 넘쳐난다는 말인데 이거, 이거, 너무 그로테스크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놀랍게도....선생님의 예언은 적중했다! 21세기의 사람들은,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 21세기의 거리엔, 우울증과 수면장애, 불안증과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과적 질환을 간판으로 내건 병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21세기의 매스미디어는, 멘탈과 힐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들로 넘쳐난다. 21세기의 문명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했지만, 그 발전 속도만큼 물과 사람은 오염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처받은 자연과 인간은 이제 힐링을 필요로 한다. 이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끔찍한 상처를 받은 남자. 충격과 상처를 감당하기에 너무 어렸던 그는(아니, 그의 무의식은), 자신의 고통을 대신 해줄 또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낸다! ‘나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나를 화나게 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집니다.’ 와이셔츠를 쫙쫙 찢어 날리며 슬로우 모션으로 달려가는 헐크까지는 아니지만, 남자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분노와 폭력성이 그 인격을 통해 폭발한다. 문제는 남자가 헐크가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라? 한 명인 줄 알았던 인격이 하나....둘...셋..... 맙소사, 자신을 포함해 무려 여섯이나 된다!!!! 결국 비밀리에 병원을 찾은 남자는 의사로부터 다중인격1) 장애 즉, 해리성 주체장애(DID :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2)라는 진단을 받는다. 무엇이 남자를 다중인격자로 만들었을까. 여섯 명의 인격을 동원해야 했을 만큼, 남자가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원인도,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남자 앞에, 이번엔 성가셔도 보통 성가신 게 아닌 여자가 나타난다. 정신과 의사 주제에 속마음이 빤히 읽히는 여자! 정신과 의사 주제에 인격과 연애를 할 뻔 했던 여자! 주치의를 제안하는 그에게 , 그런 건 넣어두고 친구나 되자고 말하는 여자! 통제 불가능한 인격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의사라는 사명을 굳이! 애써! 외면하려는 여자, 시시 때때로 출몰하여 남자의 몸을 서로 차지하려 드는 여섯 명의 인격들이 뒤엉켜 한 판 소동극이 벌어진다. 그 소동극을 거치는 과정에서 여자는, 결국 아무도 몰랐던 남자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시작한다. 여자와 함께 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마침내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받기 시작한다. 상처를 치유한 남자의 몸에서 인격들은, 드디어 하나....둘.....사라지기 시작한다. 아니, 하나....둘....남자의 인격에 통합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알게 된다. 인간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진심어린 위로와 사랑뿐이라는 것을. 상처 치유의 가장 강력한 백신은 ‘사랑’이라는 것을. 이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유토피아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랑이라는 것을. 초대장을 띄운다. 이 두 남녀의 유쾌하고도 감동적인 힐링 타임에 함께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상처 받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