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드라마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강력계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MBC 새 월화극 ‘히트’(극본 김영현 연출 유철용)도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상해진 현대 멜로드라마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찾아낸 직업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그 직업 자체를 궁금해 하는 게 아니다.
‘하얀거탑’이 시청자와 통한 지점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통해 한국의 조직문화를 파헤쳤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식과
이중성을 지녀야 하고, 때로는 비리에도 개입하는 모습이 개연성을 획득한 것이다.
‘히트’에서도 강력계 형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초점이 아니다. 연쇄살인특별수사팀에는 다양한 유형의 수사관들이 모여있다. 모두 장기가
한가지씩 있지만 문제도 한가지씩 지녔다. 이 점은 ‘공포의 외인구단’ 컨셉과 유사하다.
원리원칙만 가진 형사, 경험만 가진 형사는 일본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에서도 전형적인 캐릭터지만 실제 조직사회와 유사한 점도 많다.
형사들이 수사업무를 위해 심어놓은 범죄자출신의 정보원(일명 ‘야당’)과도 친분이 넓은 수사관(김정태)은 얼핏 ‘강력계의 노홍철’이지만 결핍
캐릭터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정상화의 길을 밟게 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캐릭터로는 차수경(고현정)의 직속상관으로 손현주가 연기하는 조규원을 빼놓을 수 없다. 조직으로 따진다면 위로부터는 눌리고,
아래로부터는 치받치는 중간간부다. 이 상황에서는 최대한 부하직원을 몰아붙여 최대치를 뽑아내려고 하고, 위에다가는 아부하는 중간간부가 많다.
하지만 손현주는 고현정 등 부하들에게는 티격태격하며 지내지만 위에는 팀의 고충을 선뜻 이야기할 줄 아는 이상적인 중간관리자다. 아직
스토리가 본격화하지 않은 단계지만, 샐러리맨 시청자들은 손현주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히트’의 작가는 이미 요리사라는 직업드라마를 사극속에서 본격적으로 표현해낸 김영현 작가다. 경영학도 답게 조직의 생리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있는데다 취재에 바탕을 둔 철저한 자료조사가 SBS ‘올인’ 제작을 책임졌던 유철용PD의 연출력과 결합해 또하나의 성공적인 직업드라마
탄생을 예측하게 한다.
본격적인 멜로가 없다는 점도 다행이다. 직업세계속에서 고현정과 하정우가 조금씩 가까워지기는 ‘긴장성 멜로’는 있지만 ‘붙이는 멜로’는
없다고 한다. ‘작업’보다는 ‘직업’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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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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