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이미지는 남성다움과 코믹함 두가지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태수’는 터프 가이를 대변하고 영화 ‘결혼이야기’의 ‘태규’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는 코믹한 캐릭터를 상징한다.

최민수가 지닌 사나이다움의 과잉은 그 자체가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이제 돌아올 수 있는 이미지는 코믹밖에 없는 듯했다.

그런 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극본 김정수, 연출 최종수)에서 최민수가 뿜어내는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표면적으로는 가영(김혜수 분)의 약혼자 신률 역은 유머감각 있는 코믹 버전인 듯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고 모르는 척 가영에게 떠넘기거나, 준호(김석훈)에게 “임마 너 혼날래? 어디서 반말을 해?”라며 꿀밤을 한 대 먹일 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코믹한 이미지로만 여겼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과거의 코믹 캐릭터가 아니다. 신률 캐릭터의 본질은 코믹이 아니라 능청스러움과 느끼함이다. 코믹을 능청스러움으로 변주한 것이다.

능청스럽고 느끼한 이미지를 힘을 뺀 연기로 보여주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시청자의 반응이 찬반 양론으로 나눠졌지만 이제 그의 연기는 완전히 정착한 느낌이다.

영화평론가 장주식은 “최민식의 능청스러움은 그의 강렬함을 감추는 무기이다. 강렬함을 감춘다고 해서 최민수의 본질인 강렬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그의 능청스러움은 최민수의 강렬함이 폭발되는 순간을 기대하는 일종의 제어장치이며 클라이맥스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기다림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완충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최민수가 과거의 코믹버전 그대로 복귀했더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터이다. 더구나 최민수에겐 만만치 않은 비호감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박중훈과 차태현식의 코믹 캐릭터로 복귀하지 않고 능청스러움과 느끼함으로 친근함이라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카리스마를 던지고 능청맞은 부드러움을 취한게 오히려 카리스마의 반경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률이라는 캐릭터는 여성 중심의 드라마인 ‘한강수타령’에서 자칫 역할이 묶일 수 있지만 최민수는 오히려 드라마의 큰 축으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비결은 어깨에 힘이 빠진 연기다. 자신의 표현을 빌면 ‘느끼하면 느끼한 대로, 편하면 편한 대로 연기한다’는 것이다.

최민수는 편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해도 충분히 남자중의 남자로 보인다. 조금 더 겸손하게 자신을 표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04.12.18 (토)  헤럴드 프리미엄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