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들 마음 쓰다듬고 싶어요"

“토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최민수씨, 이번엔 어떻게 웃겨주실까 하구요.”

“너무 느끼한 거 아닙니까? 예전의 멋지고 터프한 연기를 보고 싶네요.”

MBC 주말드라마 ‘한강수 타령’에서 단연 시청자들 관심의 초점은 신률 역 최민수에게 모아진다. 매 주말 방송 직후,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민수 연기를 평가하는 의견이 수십건씩 올라온다.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한 그의 생경한 모습에 대한 반응이 첨예하게 갈린다. 그런 그를 11일 오후 만났다.

“제가 컴맹이거든요. 인터넷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안다 하더라도 아마 게시판에는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시청자들 평가에 신경쓰지 않아요. 저는 제 연기를 분석하지 않습니다. 느끼는 대로 하죠. 신률이란 인물은, 요즘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을 쓰다듬고 안아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소문’처럼 잔뜩 무게를 잡지는 않았다. 갑자기 이미지 변신에 나선 이유를 묻자 “나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아무런 의도도 없었다”고 했다.

“가영(김혜수)을 손에 넣지 못한 신률이 나영(김민선)을 통해 복수한다는 설정이 있던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고 묻자 “그건 뭐가 안 맞는 것 같다. 양복에 고무신 신은 모양새”라며 “이 작품은 색이 곱기 때문에 그런 설정이 실제로 진행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민수는 본인에 대해 “가벼움, 자유스러움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했다.

“제가 불혹을 넘겼다고들 하는데 생물학적 나이는 의미가 없어요. 늙고 젊고의 문제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내가 나답지 않게 느껴질 때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민수는 94년 방송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SBS ‘모래시계’에서 최근 10년 만에 복귀한 고현정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고현정씨가 돌아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아니 그래요? 컴백한대요?”라고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1년에 적어도 한 번씩은 만나서 저녁식사를 했었어요. 내가 ‘너 잔다르크처럼 살아야지, 답답해서 어떻게 견디니?’라고 말했었죠. 현정이도 ‘생각 같지 않다’고 했었는데…. 잘 된 일입니다. 고현정은 자기 아우라가 있는 연기자에요.”

불규칙적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최민수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듣고 싶지 않냐?”고 묻자 “별로 의미없는 것 같다”며 “몇 년 전에는 세계적 영화감독의 제의도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그게 도대체 누구냐?”고 다시 물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였어요. 자기는 페이머스(famous)한 스타와 작품한 적이 별로 없다면서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 영화요? ‘글래디에이터’라는 제목이었습니다.”



[2004.11.11 (목) 조선일보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