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김석훈을 설명할 때 세 마디를 넘지 않는 때가 있었다. ‘홍길동’이라고 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나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김석훈을 보면 `홍길동`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였을까? 김석훈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달라지기 위해 노력했다. 말투도 바꾸고 성격도 바꿔가면서 말이다.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캐릭터를 찾아 헤맸다. 강인한 전사(단적비연수), 테러리스트와 사투를 벌이는 형사(튜브), 사랑과 야망의 향해 질주하는 청년(폭풍속으로)의 길을 가보기도 했다. 또 더러는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는 그의 말을 오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인가. 더욱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고 있다.

요즘, 김석훈은 `준호`가 되어 있다. 오랫동안 사귀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만났다가 다시 예전의 그녀에게로 돌아가려 노력하는 `준호`로 말이다. 시청자들은 ‘한강수 타령’에서 김석훈이 아닌 `준호`를 만나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현실에 지나치게 충실한 약한 남자로, 책임감 없이 성숙하지 못해 철 없이 구는 모습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공로를 김석훈에게 돌린다. 배우는 자신이 아닌 인물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그가 그렇게 하고 있다.

브라운관 속 그저 잘생긴 미남배우가 아닌 현실 속 살아있는 인물들을 소화해 내고 있는 김석훈. 곧 개봉할 영화 ‘귀여워’에서도 응큼하지만 귀엽게 봐줄만한 철부지 총각을 연기한다고 한다. 준호를, 아니 김석훈을 알게 된 후라서 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2004.11.9 (화) 와우이티닷컴 송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