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우여곡절 속에 17일 결국 '궁 2'의 남자주인공으로 최종 낙점된 세븐은 그 캐스팅 과정 역시 드라마틱해 눈길을 끈다. 보통의 캐스팅 과정을 보면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사이에 '그들만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언론 보도와 네티즌들의 반응이 캐스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  

실제로 '궁 2'의 제작사인 그룹 에이트 측은 지난 9월 16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궁 2'의 출연진이 전편과 다른 연기자로 전원 교체됨을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황인뢰 감독 역시 "아쉽지만, 전편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이 스케줄 등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불참하게 됐다"며 이를 확인시켜줬고, 1편 배우들의 고정 출연을 주장했던 일부 '궁' 팬들은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제작사측은 본격적으로 캐스팅 작업에 돌입했고, 추석 이전 까지 캐스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기를 전후해 제작사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뮤직비디오에 출연 경험이 전부라는 초보 연기자들로부터 어느정도 연기 경력이 있는 연기자들까지 말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세븐의 소속사 측이 '궁 2'의 제작사를 찾은 것도 이 무렵. 소속사의 다른 모 여자 연기자의 '궁 2' 캐스팅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세븐의 이야기가 나왔고, 제작사 측은 200명의 후보군 중에 세븐을 포함시켰다. 그룹 에이트의 한 관계자는 "그때까지만해도 제작사에서 임의로 제작한 가상의 후보리스트에 세븐을 넣었을 뿐, 세븐이 주연 배우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스케줄의 문제도 있고, 세븐이 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9월 말경 "세븐이 '궁 2'의 주인공으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제작사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실제로 이때까지 제작사 측은 세븐과 한번도 공식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반응은 예상 외였다. 제작사에도 "정말 세븐이 '궁 2'에 출연하느냐"며 문의가 쇄도했고, 최근 여론을 좌지우지 한다는 네티즌들 역시 댓글 등을 통해 대체로 호의를 표했다. '궁 2'의 제작 관계자는 "세븐이 그 정도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특히, 폭넓은 나이대의 여성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론의 추이를 본 제작사 측은 황인뢰 감독과 세븐의 만남을 전격 주선했고, 이들은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처음으로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황 감독이 세븐에게 처음 건넨 말도 "결국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네요"였었다고.  

곧바로 황감독과 세븐은 1시간여 동안 관계자들 없이 그동안 연예계 데뷔하면서 가수로서 활동하게 되었던 일들과 일상 생활 등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후에 황감독이 세븐에게 받은 인상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것처럼 '밝고 명랑한 성격과 겸손함'이었다.  

연기자를 캐스팅 할때 실제 성격 등 인성을 중시하는 황감독은 세븐이 6년전 연습실 바닥청소부터 시작해 인기 가수로 성장한 것등 나이는 어리지만 노력형이라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 역시 "극 초반에 나오는 중국집 배달부로서 털털한 모습은 자신 있지만, 후반에 황위 계승자로 등장할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고.  

이후 세븐의 소속사 측이 "가수 컴백을 앞두고 있지만, 연기자 변신도 전향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캐스팅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공식 발표를 하루 16일 막바지 협상에서도 세븐 측은 드라마 촬영 일정 문제와 향후 해외 프로모션 등에도 성실하게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여론의 지대한 관심 속에 근 한달여 만에 가수에서 인기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된 세븐. 가수로서는 성공했지만, 첫 연기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가 평범한 신분에서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평범한 황위 계승자가 된다는 드라마 스토리처럼 연기자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마이데일리 이은주 기자(er@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