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이 시끄럽다.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화제를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 남녀주인공을 둘러싼 캐스팅 논란을 시작으로 방송 직후에는 인터넷 채팅 용어의 남발까지 심상치않은 소란을 일으켰다. 도대체 ‘궁’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5억원이나 쏟아부었다는 드라마 세트장을 찾아 황실가족들의 실상을 살펴봤다. “황후 마마, 이번엔 한번에 가시는
겁니다.” 탤런트 윤유선이 NG를 내자 촬영감독의 ‘간곡한 청원’이 이어진다. 황후 체면에 ‘아래 것들’ 앞에서 NG를 연거푸 낼 수는 없는
법. 정말로 한번에 촬영을 끝내자 스태프들의 웃음과 탄성이 교차한다. 황실의 최고 어른 황태후 역할의 김혜자는 드라마 속 기품과 위엄이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실제로 촬영장의 최고 어른인데다 변함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 때문에 많은 존경을 받는다. “애들아, 선생님 등이
불편하시겠다. 등받이라도 좀 받쳐드려야지.” PD의 특명에 스태프들의 몸놀림이 더욱 바빠진다. 윤은혜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한복을 갈아입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느라 정신이 없다. “어릴 적에는 한복을 입어보지 못했어요. 제가 쑥쑥 자라다보니 금세 입지 못할 옷이 될 거라면서 안
사주셨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수많은 한복을 입어보게 됐으니 한을 풀었죠.” 그는 첫 방송 직후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부쩍 늘어 용기를
얻었다면서 드라마에 쏟아지는 많은 관심만큼 시청률도 더욱 올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욕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dica@
<사진설명>
“공주마마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윤은혜가 연일 계속되는 밤샘 촬영을 이기지 못하고 대본을 손에 쥔 채 소파에 쓰러졌다. 그러나 황태자비의
옥체를 아무데나 눕힐 수야 없는 법. 윤은혜가 누운 앤틱 소파의 가격은 무려 1000만원에 이른다고.
“아저씨는 누구세요?” 점퍼 차림으로 황실에 침입한 괴남자는 다름아닌 황인뢰 PD. ‘영상 시인’으로 불릴만큼 깔끔하고 절제된 영상미학을
보여주는 황 PD는 각각의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소품들을 꼼꼼히 살피며 손수 위치를 바로잡았다.
“어서 빨리 촬영장에 납시옵소서. ” 윤은혜는 촬영 장면이 달라질 때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순식간에 바꿔야했다. 그를 기다리는 스태프들을
위해 세트장 옆에 주차된 미니밴을 임시 탈의실로 삼아 시간을 절약했다.
“황태자님 벌써 퇴궐하시나요?” 주지훈이 촬영을 끝내고 세트장을 나서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화려함을 자랑하는 황실 내부의 실제 모습은
이처럼 경기도 오산의 허름한 물류창고 안에 숨겨져 있었다.
“황태후 마마 어찌 그런 망측한 표정을….” 김혜자가 수라상 앞에 앉아 식사를 마친 뒤 치아를 비춰보고 있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