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수목 미니시리즈 <좋은 사람> 기획: 정운현 극본: 강은경 연출: 유정준 방송: 수,목 밤 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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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iMBC 홍정미 조회:
유정준 감독이 보내온 연서

안녕하세요? <좋은사람> 팬, 애인(愛人) 여러분!
<좋은사람>을 연출했던 유정준입니다.



<좋은사람> 유정준 감독

드라마가 끝난 지 오늘로 딱 열흘 째입니다. 진작에 감사의 인사를 올렸어야 했으나, 지난 17일 종파티를 끝으로 두문불출하다시피 집에만 칩거(?)해 있다가 며칠 전에서야 문밖 출입을 시작한 까닭에 이제서야 뒤늦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기획과 캐스팅 작업, 그리고 사전 작업 등을 합하면 거의 8개월의 적지 않은 기간 동안의 대장정이었으니 아직은 많다할 만한 나이는 아닙니다만 부끄럽게도 체력이 고갈되었었나 봅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힘찬 응원의 박수 덕분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용기를 얻곤 했던 저이기에, 조만간 <종영프로그램>의 리스트로 사라져 버리게 될 이곳 <좋은사람>의 게시판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끄적거린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죄송스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는군요.

지난 며칠 동안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좋은사람>의 제작과정과 그 공과에 대해 복기(復碁) 하듯 나름의 반성을 해보았더랬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기억뿐이었습니다. 열악한 제작여건을 핑계로 새롭고 창조적인 영상구현을 소홀히 했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적확하지 못하거나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도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여 수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아울러 연출 본인의 능력부족과 게으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엉뚱하게 스텝이나 연기자에게 떠넘겼던 몇몇 비겁했던 순간들도 떠오르는군요. 따라서 <좋은사람>이 갖고 있는 어떠한 결함이나 부족함이 있다면 아마도 그 대부분은 연출자인 저의 무능력에서 비롯된 것일 터입니다. 시청률 면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거둔 것도,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저의 운영능력이 부족한 데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후회와 아쉬움만이 가슴에 가득할 따름입니다. 아무튼
<좋은사람>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과 애정어린 질타로 시종 일관된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그리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짧은 문자언어로 제 진심을 모두 담아 낼 순 없겠으나, 그래도 마음 속으로 외쳐봅니다. “애인(愛人)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쯤에서 연기자 이야길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좋은사람>엔 꽤나 많은 “신인연기자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영화나 연극에서만 활동해 오다 방송을 처음 하거나 아예 연기 자체가 처음인 분들까지, 정말 많은 수의 “방송새내기들”이 <좋은사람>을 빛내주었습니다. 일일이 거론하기엔 무엇하지만 먼저 남녀 주인공인 신하균씨, 한지민씨를 비롯하여 손병호, 기주봉, 안석환, 최덕문, 이대연씨 등은 모두 사실상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분들이었습니다만, 특유의 성실함과 연기 공력으로 갈채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 없는 호연을 펼쳐 주셨습니다. 역할의 경중과 상관없이 단 한 씬, 한 컷 조차에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주신 이분들께 이 자릴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안석환


이대연


손병호


최덕문


특히 신하균씨는 작품분석과 감정선 파악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의 섬세함과 성실함을 보여주었던 바, 연출자인 저를 심심찮게 감동시켰습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치열하고 진지한 태도는, 저의 그동안의 연출 경력에 있어서는 물론 이거니와 차후로도 쉬이 경험하지 못하리란 예상을 하게 할 정도로 탁월하였습니다. 어쩌면 신하균씨의 빛나는 연기력 덕분으로 저의 부족한 연출력이 덜 탄로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그는 한국 영상계의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촬영하는 내내 제게 질타와 꾸중을 들었던 신예 한지민씨에게도 이 자릴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든 생각이지만, 거의 데뷔 수준의 신인치고는 역할을 꽤 잘 소화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담을 이겨내고 나름대로의 집중력과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로 데뷔전을 잘 치뤄낸 한지민씨에게도, 사과와 아울러 감사의 박수를 전합니다. 단지 '인기있는 연예인'이 아닌 '훌륭한 배우'로서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제가 빼놓을 수 없는 연기자 한 분, 소유진씨! 소유진씨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 뿐입니다.
자신의 연기 경력과 인지도에 비해서 형편없이 작은 역할을 군소리 한마디 없이 시종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 연기해 준 소유진씨에게는 감사하다는 표현보다는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현이 맞는 듯 합니다. 그의 호연으로 드라마가 고비 때마다 균형을 찾고,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었던 스토리가 유쾌한 탄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작업할 기회가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빚”을 갚을 날이 꼭 왔으면 하고 바라여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위악적인 독설에도 묵묵히 자기 자릴 지켜주었던 스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촬영부와 조명부 소품팀, 그리고 편집자와 작곡자에게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좋은사람>이 이룬 그나마의 성과도 없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좋은사람>과 자신의 일에 프로다운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외부 세계와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오랜 기간 대본과 사투를 벌인 작가에게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마음으로는 <좋은사람>에 참여했던 모든 연기자, 스텝 분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거명하고 싶습니다만, 지면관계상 여기서 줄이기로 하겠습니다.


촬영전 연기자들에게 연기 지도 중!


촬영 스텝들

연출로 데뷔한 지 고작 3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짧은 경험에 비추어 봐도 단편이든 연속물이든 드라마 한 편 한 편 끝낼 때마다, 저는 꼭 무슨 애인과 헤어지는 듯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경험합니다. 때론 그 아쉬움이 후유증이라 불릴 만큼 심한 경우도 있는데, 이 번 <좋은사람>의 경우가 바로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몸이 어디가 심하게 아프거나 한 것도 아닌데, 웬지 모를 허전함과 미련으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믿으실진 모르겠지만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는 준필과 순정의 멜로 라인이 아프게 엇갈리고, 상진아재의 음모가 복잡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의정부 스튜디오엔 벌써 다른 드라마의 세트가 세워졌을 게 분명하지만, 마음속에선 그곳에 가면 강력3반 사무실이, 순정과 지우의 방이 여전히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리란 착각이 현실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가슴 한 켠에 커다란 구멍이 라도 뚫린 듯 허전합니다. 아마 <좋은사람>을 많이 아껴주셨던 “애인(愛人)” 여러분들 중에도 저와 같은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분이 계시겠지요! 후후! 그러나 이젠 모두 추억으로 돌려야 되겠지요. <좋은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모든 “좋은사람들”의 “좋은마음”을 가슴 깊이 새겨둔 채, 또 다른 작품을 담아내기 위해서 이제 <좋은사람>을 가슴 속에서 비워내야 할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니 72시간 동안 단 세시간만 자고 촬영을 강행했던 적도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할 정도의 강행군이었지요. 그 때 생각했던 것은 오직 시청자, 그리고 배우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좋은사람>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작품을 또 다시 가슴에 담아 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또 다시 여러분과 나만의 “약속”을 마음 속에 새깁니다. “진실하고 솔직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약속!

그동안 드라마 <좋은사람>을 아껴주고 성원해 주셨던 팬, 애인(愛人) 여러분!
여러분이 바로 저와 배우들이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좋은사람”입니다.
바라건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좋은사람> 유정준 감독 -

 






2003-10-2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