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철에 전기·수도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기고 수도 공급을 받지 못하는 빈민 가정이 늘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이들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사랑의 교회’는 “단전·단수 빈민 가정을 위해 교회 예산 중 2억원을 오는 12일쯤 조선일보사에 기탁하겠다”고 8일 밝혔다. 사랑의 교회는 오는 9월 21일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교인 4만여명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여기에 쓰일 예산으로 빈민 가정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옥한흠(玉漢欽) 담임목사는 “무더운 여름에 전기·수도가 끊기고 문도 제대로 없는 단칸방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장로 등 기념행사 준비위원 30명에게 이 같은 뜻을 제의해 만장일치로 동의를 얻어냈다고 했다.

교회측은 기탁한 돈을 단전·단수된 가구들의 1년치 전기·수도요금을 대납하는 데 써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이 경우 약 400~500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부문화운동단체인 ‘아름다운 재단’도 지난 7월 말부터 빈민 가정의 연체된 전기료·수도요금을 지원하는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8일 현재 114명으로부터 560여만원이 모금됐다. 아름다운 재단의 서경원 간사는 “한국전력공사·수도사업소 등을 통해 자료를 받아 서울지역에서 단전·단수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선정, 8월 말부터 지원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MBC 새 드라마 ‘좋은사람’의 주인공 신하균·소유진·조한선·유민 등도 함께 찍은 CF 출연료 중 일부인 1000만원을 단전·단수 빈민 가정을 위해 다음주 중 기탁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전력측도 전사적인 모금활동을 벌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1만~3만원 하는 전기세를 내지 못해 단전(斷電) 조치를 당한 서울 지역 가구 수는 1만1959호. 작년 5월의 8124호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2003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일제신청조사’ 계획을 발표하며 각 구청에 관할구역 내 단전·단수 가구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성북구청은 본지 기사에 소개된 하월곡동 산2번지 주민들을 돕고 싶다는 시민들 문의가 쇄도하자 일찌감치 이 지역의 단전·단수 실태조사에 나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일보 최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