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MBC 특별 기획 드라마 대장금(大長今) 기획: 조중현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 방송: 월,화 밤 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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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에 나오는 궁중 음식, 음식 문화의 역사적인 배경 등을 음식자문을 맡고 있는 한복려 원장이 직접 전해 드립니다.
 

한복려의 궁중음식 이야기(11)


< 상고시대 군인의 철모가 ‘전골’의 시초>

가을비가 내리고 나니 겨울이 한 걸음 더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럴 땐 옷깃이 절로 여며지고 뭔가 따뜻한 국물도 생각이 절로 나지요.
 
버섯전골
따뜻한 국물을 맛볼 수 있고 보기에도 푸짐한 전골들이 마침 ‘대장금’에도 나와 많은 분들의 구미를 당겼을 줄로 압니다. 지금까지 버섯 전골, 두부 전골, 꿩 전골, 도미면 등 재료와 그릇(전골틀) 모양을 달리하며 여러 차례 등장을 했지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전골 하면 제일 먼저 어떤 전골이 생각나시나요? 혹시 얼큰하고 고소하며 푸짐한 곱창전골은 아니신가요?
곱창 전골 때문에 전골 하면 매운 맛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사실 전골 중에는 매운 것은 별로 없답니다. 낙지 전골이 좀 매운 편이고, 내장류를 쓴 전골로 콩팥 전골 정도가 있을까요?
전골은 여럿이 모인 식탁 한가운데에 불을 지피고 그 위에 큰 냄비를 놓고 갖가지 재료를 스스로 넣어 익혀 가면서 즐기는 음식입니다. '큰 냄비'라고 한 것은 달리 설명할 말이 없어서 그리 부른 것입니다. 전골을 만들 때 사용하는 그릇은 끓이는 일과 굽는 일,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 별나게 생겼습니다.

> 전골의 기원

두부전골
아래에 전골에 관해 서술한 옛 문헌들을 소개하니 한번 그 그릇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지연의 만국사물기원역사(1909)에 씌어 있기를 “전골은 그 기원을 잘 모르나 상고시대 진중의 군사들이 머리에 쓰는 전립(氈笠)을 쇠로 만들어 썼기에 기구가 변변치 않은 진중에서 그 안에 고기, 생선 등 먹을 수 있는 것을 되는 대로 넣어 끓여 먹은 것이 습관이 되어 보통집들도 그리 해먹었고 이름도 전골이라 불렀다”라 합니다.
또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에 이르기를 “토정선생이(1517-1578) 늘 철관을 쓰고 유람하며, 그 철관에 음식을 끓여 먹었다 하여 그의 별호를 철관자라 한다”라 합니다. 경도잡지(1700년대말)에는 “냄비 이름에 전립투란 것이 있다. 벙거지 모양으로 생긴 데서 이름 붙여진 것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에 채소를 데치고 변두리 편편한 곳에 고기를 굽는다. 술안주나 반찬에 모두 좋다”고 씌어 있습니다.
또한, 옹희잡지(1800년초)에는 “적육기(炙肉器)에 전립을 거꾸로 눕힌 것과 같은 모양이 있다. 도라지, 무, 미나리, 파무리를 세절하여 복판 우묵한 곳에 넣어둔 장국에 담근다. 이것을 숯불 위에 놓고 철을 뜨겁게 달군다. 고기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유장에 적시고 젓가락으로 집어 사면의 테두리에 지져 굽는다. 그리하여 3~4인이 먹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 전골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즉석에서 바로 익혀 먹는 음식

다시 말하면, 재료를 고기, 채소 따로 준비해두고, 방안에 둔 화로 위에 냄비와 프라이팬 겸용으로 쓸 수 있는 테가 달린 둥근 모자 모양의 기구를 올려 놓고 서로 어울리며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납작하고 넓은 냄비로 변했지요. 그것은 화로가 사라지고 취사할 수 있는 불도 가스나 전기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흔히 즐기는 일본 음식인 샤부샤부나 냄비요리, 스끼야끼 같은 것도 전골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골이 좋은 점은 격식이 없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재료를 잔뜩 쌓아두고 스스로 조리하며 한편으로는 서로 이야기하며 먹는 전골은 분명 매력적인 음식일 것입니다.

옛날 궁중에서도 섣달 사냥철에 임금님과 무사들이 들에 나가 잡아온 산돼지, 사슴, 노루, 꿩, 토끼 같은 짐승들의 고기를 양념하여 갖은 채소와 함께 끓이다가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납평전골’이라 부르는데, 중국의 징기스칸 요리와 마찬가지로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수라상에서 전골의 의미는 그보다는 즉석에서 바로 익혀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으니 임금께 그것을 대접하고 싶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인 듯 합니다.
드라마에서도 작은 화로 위에 일인용 전골틀을 얹어 수라상에 내놓고 내인이 수라를 거드는 모습이 소개되었었죠?

    

    

 꿩전골

도미면

참, 한 가지 착각하기 쉬운 것은 전골은 찌개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찌개는 음식의 재료와 양념을 모두 넣어 한데 끓여 내는 것이고, 전골은 그때그때 재료를 넣어가며 조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요즘은 찌개도 전골처럼 눈앞에서 끓이며 먹는 경향도 있어 딱 잘라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겠군요.

음식이란, 세월에 따라서 그리고 시대의 환경과 먹는 이들의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이 몇백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달라질 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그러니 우리가 지금의 전통을 지켜 후세에 잘 물려주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지냈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03.11.1 궁중음식연구원 원장 한복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