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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커프>, 트렌디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
커피프린스1호점 마지막회 다시보기 등 폭발적 반응
대중적 공감대, 상상력, 창조적 연출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방영 내내 젊은 층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이 이번 주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트렌디 드라마의 암흑기로 불리는 요즘, 조금은 뻔한 듯 낡은 설정처럼 보였던 이 작품이 이토록 큰 신드롬을 일으키리라고 누군들 예상했을까.

◇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커프>는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출발했다. 당초 주말극으로 내정되어있던 <커프>는, 하반기 MBC 드라마국 자체를 뒤흔든 <태왕사신기> 파동으로 인해 편성이 월화극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되었고, 방영일정도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지며 혼란을 겪어야했다. 장르적으로 최근 10~20대 취향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방송가 분위기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요인.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커프>는 소리 소문없이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커피전문점을 배경으로, 씩씩한 남장 여인 은찬(윤은혜)과 세련되고 ‘쿨’한 재벌 2세 한결(공유)의 로맨스를 아기자기한 시각으로 풀어낸 드라마는 시청률 30% 고지를 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네티즌들에게 수많은 ‘커프 폐인’을 양산하며 작품적 완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커프>의 인기 원동력은, 전형적인 트렌디드라마이면서도 한편으로 장르의 통속성을 뛰어넘는 색다른 시선에 있다. 당차고 야무진 신데렐라형 여주인공에게 ‘남장 여자’라는 설정을 부여하며 재벌 2세 남성과의 뻔한 로맨스 구도에 ‘동성애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비록 그 자체가 드라마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국내 드라마에 동성애 코드를 이토록 노골적이면서도 능청스럽게 활용했던 경우가 또 있었을까.

또한 <커프>는 순정만화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영상화한 ‘판타지’ 드라마였다. 은찬은 꿋꿋한 소녀가장으로 그려지지만 결코 김삼순(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금나라(쩐의 전쟁)처럼 현실의 절박한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인물이 아니며, 인물간의 신분적-경제적 격차나 현실적 고민들은 극중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신 <커프>는 맛깔 나는 대사와 디테일한 연출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변화 속에서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욕망을 읽어낸다. 떨리는 첫 키스의 순간,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해 괴로워하는 감정의 엇갈림. 장난감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소년성’을 간직한 인물들의 순수한 내면에 이르기까지.

한결은 은찬이 여자라는 것을 모르던 순간에도 “남자라도 상관없다”며 열정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은찬은 결코 스스로 성정체성을 감추려는 인물이 아니며 여기서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인 설정들을 ‘알고서도’ 속아주는 이해가 필요하다.

커피전문점에는 보이시한 은찬과 대비되는 각양각색의 꽃미남 ‘프린스’들이 가득하다. 이것은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들이 남성적인 시선에서 청순가련형이나 귀여운 여주인공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여성의 시선에서 소비되는 판타지에 가깝다. <커프>에서 환타지는 현실에 대한 도피이거나 부정이 아니라, 욕망의 새로운 배출구로 소비된다.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윤정 PD는, 여성적인 시각에서 젊은 세대의 욕망과 기호를 정확하게 반영한 연출로 드라마에 신선한 감수성을 불어넣었다. 주연만이 아니라 조연들의 캐릭터에도 하나같이 풍부한 개성과 에피소드를 부여했고, 남녀 주인공들의 4각 관계나 출생의 비밀 같은 진부한 요소들을 주변부로 밀어낸 대신 사건보다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감성 변화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식상함을 피해갔다.

주인공 은찬 역의 윤은혜는 <궁>, <포도밭 그 사나이>에 이어 다시 한 번 트렌디 드라마의 새로운 흥행보증수표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섹시한 근육질과 부드러운 외모의 조화를 통해 꽃미남 왕자의 이상형을 보여준 공유,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채정안과 이선균 등 개성이 뚜렷한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극의 밀도를 높여줬다.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커피가 극중에서 단순한 맛이나 양보다 분위기가 중요한 기호품인 것처럼, <커프> 역시 현실의 절박한 재현보다는 현실 속에 재림한 판타지의 느낌을 살려낸다. <커프>의 성공은, 결국 드라마의 매력이 결국 소재와 볼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적 공감대와 상상력의 창조적 연출에 달려있음을 보여준 결과라 할만하다.





2007-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