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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표현 수위를 높여도 되는 드라마

 

주로 멜로물을 써온 한 드라마 작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애정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더군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방송위원회의 심의때문에 드라마속에서 사랑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화면에 시청가능연령을 표시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게 되는 지상파 드라마는 그럴 수밖에 없다. 드라마속 남녀의 사랑하는 감정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그려나가다가 침실에 들어서면 갑자기 정신이 들게 만들든가 건전한(?) 행동을 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의 애정 표현은 직설적인게 많았고, 야한 대사도 꽤 나왔다. 그런데도 시청자의 항의가 거의 없었고 방송위원회가 심의해야 겠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이는 욕망을 표현하는데 있어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는 20~30대 여성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섬세한 연출력이 사랑의 표현 방식의 최대치를 활용할 수 있게 한 부분도 적지 않다. 다른 PD가 연출했다면 걸릴 뻔한 장면도 이윤정PD가 연출하면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작가가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윤정PD가 과감하게 시도한 장면도 많다고 한다.

특히 은찬(윤은혜)이 여자임이 밝혀진 후에는 극의 전개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게 된 상황을 주인공들의 예쁜 사랑의 모습으로 떨쳐나갈 수 있었다.

멜로드라마속 애정 행위는 예쁘게 보여야 한다. ‘가을동화’의 송혜교-송승헌, ‘풀하우스’의 송혜교-비는 일단 그림이 예쁘다. 뭘 해도 용서가 된다. 이들은 진한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은찬(윤은혜)와 한결(공유)은 틈만 나면 자신의 감정을 육체적 신호로 제법 짙게 표현한다. 특히 종반에는 보는 내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래도 되나 하고. 그래도 그림이 천박해보이지는 않고 예뻤다. 감정 표현이 이해될만했다.

멜로 그림을 예쁘게 뽑아내는 데는 사랑의 감정이 전개돼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두 여성작가와 여성 연출자가 있다. 여기에는 필요하면 격렬한 키스와 포옹은 물론이고, 소품 하나하나가 의미로 동원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의 예쁜 사랑 안에는 건강함(진심)도 묻어있다. 이들의 사랑에는 솔직함과 진심이 담겨있어, 부정적인 시선이 개입할 틈이 없다. 이들의 사랑에는 권력이나 지배, 소유욕 따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가난한 여성과 부자 남자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멜로물에서 아무리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려도 ‘부’(富)에 관한 편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성의 외제차는 그 상징이다. 하지만 ‘커프’에서 한결의 외제차는 멋진 그림일 뿐이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한결의 콤플렉스 극복방법은 선진화돼 있다. 사실 현실에서 진짜 아버지를 외국(호주)으로 보내는 모습이 저렇게 ‘쿨’할 수 있었을까.

재벌 3세 한결은 은찬을 소유한다든가 삶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살아가는 방식을 인정하고 적극 밀어준다.

감정 가는대로 솔직하면서도 예쁘고 그리고 건강하게~. 역으로 보면 이 전략이 애정 표현 수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물론 이들 요소들은 적절히 어울러져야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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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