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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커피프린스 1호점>│지구연애백서

태양계의 제 3행성 지구, 이 더럽고 볼품없는 별의 역사는 약 45억 년이다. 그리고 이 별의 지배 생물은 인간이라고 불리는 2족 보행 유기체다, 물론 이건 이미 은하계에서는 유아기에 배우는 내용이니까 생략해도 좋다. 내 이름은... 관두자, 말해봤자 이 미개한 종족들은 제대로 발음조차 못할테니까. 어쨌든 나는 우리 종족에 비해 적어도 5억년 정도 덜 진화한 이 이족보행 생물들의 행동양태, 특히 <짝짓기 및 상호 지속가능한 감정의 심화 과정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의 양식과 반응의 범위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수년 째, (지구 식으로 말하자면) 동경 126도 59분, 북위 37도 34분에 위치한 서울이라는 지리적 표본 장소에서 참여관찰 작업을 수행 중이다. 그 동안 수십 여 개의 샘플들을 수집했으나, 최근에 발견한 아래 4개의 사례는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이례적이면서도 지구인으로서는 경이로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 특별히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음을 밝힌다.


먼저 각각 우리 종족의 표기법으로 분류되었던 개별 사례들은, 그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고유한 명칭인 은찬, 한결, 한성, 유주로 지칭하기로 한다(물론 이것은 지구인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 네 개의 샘플은 모두 개별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각각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주지해야할 것이다. 인간들 역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매우 다를뿐더러 가장 핵심적인 영역인 사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차라리 미개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들의 뇌 구조는 지극히 단순한데다가 그것의 활용도는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성과 함께 작동하는 소위, ‘감정’이라는 부분에 있다. 해부학적으로도 증명되지 않는 영역에 존재하며 페로몬과 호르몬, 그리고 ‘그 무엇’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짐작되는 이 장치는 특히 4개 표본의 행동양식에 모순적으로 작동하며 그로 인한 각각의 개별 사례들의 표본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고유한 특성과 반작용을 유발한다. 우주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이뭐병’이고, 지구 식으로 말하자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그 중 생물학적으로 암컷, 이른바 여성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남자 행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은찬의 경우,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자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하등생물이 흔히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위장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인간 종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단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에 비해 성별 구분이 폭력적일 정도로 엄격한 인간 사회에서는 그 구분에 따라 감정의 지향점이나 심화 과정도 달라지기 때문에 은찬의 사례는 지구 종족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신 은찬이 생물학적 수컷인 한결, 그리고 한성과 관계 맺는 방식을 살펴보자. 은찬은 한결에게 남자와 남자의 관계로 보이지만, 한성에게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 행성에 만연한 기준으로 보자면 남성과 남성의 관계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므로’ 한결은 자신의 변화에 괴로워하며 물리적, 정신적 치료를 통해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런 내적 갈등은 “고은찬 이 자식! 고은찬 사랑해! 고은찬 이 자식! 고은찬 내가 더 사랑해! 고은찬 이 자식!”으로 되풀이 되어 반복되고, 은찬 역시 “형님이라서 좋아요! 형님이라도 좋아요! 누군 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은 줄 알아요! 이젠 오빠라고 할래요!”로 이어지는 자기분열증적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성과 유주의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하다. 유주는 두 날개의 양력에 의해 대륙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탈 것을 좋아하는 유목민적 성향을 가진, 화학물질의 조합으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것으로 감정적 쾌락을 유발시키는 행위로 연명하고 있는 인간 여성이고 그런 그녀를 위해 4족 보행의 털이 긴 생물체와 함께 돌로 지어진 거주지에서 목가적으로 기다리는 남자인 한성은 전자적 충격에 의한 공기 진동의 진폭수의 변화를 통해 감정적 쾌락을 유발시키는 행위로 먹고 사는 인간이다. 전통적으로, 라고 해봐야 겨우 100년 정도지만, 인간 남성들은 남성과 여성을 배와 항구에 비유하기를 즐기며 자신들의 무지와 몰상식을 문학적 성취로 가리려는 음모를 꾸며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자면, 한성과 유주의 뒤바뀐 역학적 관계야말로 인류사적으로 크나큰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역시 가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언급하자. 대신, “미안해, 가지마, 가지마, 사랑해, 너는 되고 나는 왜 안돼, 미안해, 가지마, 미안해, 사랑해, 그런데 넌 왜 그래!”라는 자아분열적 증세를 보이는 한성의 경우는 오히려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인류, 새로운 남성의 발생 가능성, 혹은 진화에 의한 자아 붕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이 유주의 “혼자 떠날래, 다시 시작해, DK랑 떠날래, 나만 봐, 사랑해, 헤어져, 우리 결혼해”로 이어지는 대항성간유도탄급 발언들은 이 둘의 관계가 단지 신뢰감 이상의 어떤 것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아직까지 그 부분은 ‘인간이 아닌 이상’(혹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이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사례의 경우가 양방향이며 동시에 다방향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은하계에서 이런 관계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것임에 분명하지만, 아직 미개한 상태인 지구 행성에서 이런 변화를 목도한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들은 진화의 어떤 단계들을 생략하며 비약적으로 도약한 것이다. 이미 학계에서는 한번 떠난 마음이 돌아올 최소한의 확률은 코코미니카 행성에서 카타르푸캬를 발견하는 것만큼 어이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나, 은하계의 변두리 별 지구에서 그 사례를 발견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것으로 우리는 모든 유기체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정형화될 수도 없고 일방적일 수도 없는 동시에 기준과 줏대없이 여기 저기로 질주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구에서 발견한 이 표본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올바르고 정치적으로 편협한 은하계의 문화생물학’ 분야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글) 차우진 lazicat@t-fac.com






2007-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