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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쌀 착한 맛의 '커피모카' 김동욱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2007 오마이뉴스 조은미
 
자욱한 꽃향기로 장안의 뭇 여성들을 월·화요일 밤이면 혼절시키는 꽃미남들의 파노라마인 <커피프린스 1호점>. 여기에서도 유독 은방울꽃 같은 '캐발랄'한 향기와 연기로 톡톡 튀는 프린스 '하림'을 아나? "마이 찬, 마이 찬"하고 은찬(윤은혜)을 부를 때마다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TV 보던 여자들 입에서 "꺄악" 소리 꽤 나게 하는 하림을?

지금 사방에서 그를 찍은 도끼 소리가 난무하고 블로그마다 하림을 캡쳐한 사진들이 나돈다. 그럴 만 했다. 뒷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는 '램프의 요정'이었다. 어쩐지? 그게 그가 바로 전에 찍은 영화 제목이었다.

김동욱(24살)이 연기한 하림이 마냥 귀엽냐면 또 그렇지 않다. 은찬이가 하림에게, 한결이 뉴욕 가냐며 물을 때였다. 하림이 그랬다. "넌, 내가 입이 가벼울 거 같지?" 그리고 말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 안 했다.

그 때 눈썹이 살짝 올라가고 눈은 내려가는데 표정이 아주 묘했다. 뭐랄까 시니컬한 듯 한 게 그동안 본 생기발랄 하림과 달랐다. 가끔 그에게 놀라는 게 그런 거였다. 신인 같지 않은 표정이랄까. 아무튼 연기를 잘한달까? 거울보고 만날 연구하나?

명랑 꽃미남 하림, 순진청년 김동욱

 
 
 
 
ⓒ2007 오마이뉴스 조은미
"그런 거 민망해서 못해요. 가끔 캡쳐된 제 사진 보거나 모니터하다 보면, 망가지거나 웃긴 표정들이 많은 거 같아요. '어. 저렇구나. 내가 저렇구나' 그런 생각 많이 들어요. 어떻게 나온 지 모르겠어요. (TV) 볼 때마다 웃겨요. 제 동생이랑 같이 보면서도 막 웃겨요. 하. 저렇구나. 얼굴 되게 웃기다. 많이 망가지는구나. 하하하."

홍대 앞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민망한 듯 웃었다. 얼굴은 하림보다 더 귀여운데, 하림보다 무거운 목소리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야. 새삼, 그가 배우구나 싶었다.

그런데 명랑소년 아니 명랑 꽃미남 하림이 연기하기 어렵지 않나? 말 많은 하림 덕에 외울 대사도 많아 참 힘들겠던데?

"아. 지금은 좀 많이 편해졌어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해서요. 역할 자체가 말도 좀 많고, 여기저기 소위 설레발도 잘 치고 발도 넓고 장난도 많은 역할인데요. 자칫하면 '오바'스러워 보여서 보는 사람이 부담이 가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내가 편하게 하자. 최대한 오버는 하지 말자. 내가 가진 모습 중에서 조금씩만 더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걸 많이 고민을 했어요."

이런 이런. 참고로 하림이란 인물은 배역 설명에 따르면, 10분도 필요없고 10초 만에 여자를 홀리는 인물이란다. 그럴 것 같다. 원래 여자들이 이렇게 말 잘하고 유머 감각 있는 남자에게 껌벅 넘어가니까. 혹시 그도?

"어.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고 그런데, 실제론 제가 낯을 많이 가려요.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쉽게 말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많이는 아니지만, 영화 작업을 할 때마다 제가 생각해도 저랑 안 어울리는 역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다 달라요. 거의 다 달라요. 그리고 하림이란 역할도, 사실 드라마에서 여자 꼬시는 장면은 많이 안 나와요. 많이 안 나와서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하하."

'킬리만자로'의 계시로 배우가 되다

 
 
 
 
ⓒ2007 오마이뉴스 조은미
단편영화까지 필모그래피에 나온 작품이 10개다. 그런데 다 다르다니? 연기에 한 맺혔나? 물론 그는 지금 '연기파'들 많기로 소문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학생이다. 물론 '연기' 전공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한성으로 나오는 이선균도 같은 학교 선배다. 그런데 '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다는 건, 본격적으로 배우가 될 생각을 했단 소리인데? 어려서부터 배우가 꿈이었나? 그가 황망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진로가 바뀌어서요."

요즘 고2나 고3 때 진로가 바뀐 사람을 많이 본다. 그러게 사람 일, 한치 앞을 모른다고 했던가? 그가 그랬다.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원래 그는 영화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잘 안 봤다. TV에선 스포츠밖에 안 봤고, 가끔 9시 뉴스나 봤다. 그러다 어쩌다 영화를 한두 편씩 봤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의 계시는 비디오방에서 그에게 내리꽂혔다. 우연히 뽑아든 비디오, 아니 영화 하나가 그의 인생을 확 바꾸었다.

"<킬리만자로>였어요."

킬리만자로?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어쩌구 하다가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고 싶다" 어쩌구 하던 그 '킬리만자로의 표범'? 문득 그가 '킬리만자로의 표범'보다 '킬리만자로의 사슴'을 닮은 것 같단 생각에 눈을 끔벅이며 그를 쳐다보는데 옆에서 매니저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박신양 나오는 영화 있잖아요?" 어? 박신양이 언제 그런 영화를 찍었나? 당최 생각이 나지 않는데, 김동욱이 계속 말했다. "안성기 선배님 나오고요." 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아. 이름만 알고 본 사람은 별로 없는 그 영화요?"
"그러니까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그건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겠다.

"킬리만자로의 계시네요?"
"그리고 사실 그게 18금이거든요? 빨간딱지에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올라갈 때 봤거든요? 못 볼 걸……."
"아이. 왜 못 봐요? 다 보는 걸. 극장에 가서 본 거예요?"
"아뇨. 비디오."
"누가 빌린 건데요?"
"제가요."


아, 이렇게 멍청하기는…. 아무렴 그의 어머니가 <킬리만자로>를 뽑아다 그에게 건네며 "이걸 보거라. 아들아. 그럼 넌 '배우의 꿈'을 꾸게 되리라"라도 했겠나?

"영화는 잘 모르니까 뭐 볼까 뭐 볼까 계속 고르다, 그냥 '이거' 그러고 본 거예요. 그게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재밌는 거 있죠."

그렇게 재밌는 영화를 내가 못 봤다니. 당최 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눈치이자, 그가 영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신양이 쌍둥이로 나오는데 한 명은 약간 건달이고, 한 명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뭐 고향에 내려가고, 월남전 갔다 오고 뭐 그런 이야기라고 했다.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패스.

"우와. 어떻게 보면 박신양씨가 김동욱씨 인생을 바꾼 거네요?"
"그 때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정말 멋있더라구요. 다 좋아하는 배우인데, 저한텐 영화와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거죠."


가출까지 해서 들어간 예술종합학교, 그러나

 
 
 
 
ⓒ2007 오마이뉴스 조은미
하지만 계기는 시련을 몰고 왔다. 그때까지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문과도 아니고 이과였다. 부모님은 '보수적'이셨다. 당연히 그가 그냥 공부 열심히 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셨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나오다니? 꿈엔들 상상이나 하셨겠나? 하셨다면 아들에게 비디오가게 출입금지를 시켰겠지. 이러니 집에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저 가출도 했다니까요. 집에다 편지 써놓고 나갔어요. 부모님한테 나 너무 힘들다. 나 이만큼 고민하고 있다, 보여주려고요."

추석 때였다. 친구랑 같이 여행을 갔다. '소심한' 마음에 학교 빠지지 않아도 되는 추석으로 잡은 거였다.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방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몰래 나갔다. 그리고 3일 만에 돌아왔다. 명절이라 온 가족이 모인 큰집에 갔다. 그가 들어서자 30명은 족히 되는 친척들이 그를 보고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가출 소년이 돌아왔다." 그의 말과 달리 평범한 집안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약속을 했죠. 대학 들어갈 때까지 연기 공부를 하되, 절대 공부는 안 놓겠다고. 성적은 계속 유지하되, 연기학원은 다니겠다."

그리고 '연기'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연기로 이름을 날렸다?

"시련의 연속이었죠. 어디 연기를 몇 달 배워 들어가서 어떻게 쫓아가겠어요? 예고 나온 애들, 연극반 애들, 연기하던 친구들……. 그래서 제가 대학 1·2학년 때 술을 제일 많이 마셨던 거 같아요. 내가 너무 못하니까."

괴로웠다. 교수한테 만날 깨졌다. 교수가 말했다. "너 왜 말을 못해?", "넌 왜 안 들어?" 대사를 제대로 못 치고, 상대 배우와 주고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였나? 몸도 아팠다. 휴학을 했다. 병원에 다녀 건강 좀 찾은 뒤, 6개월 만에 복학했다. 연기수업을 듣는데, 교수가 불현듯 말했다. "많이 늘었네?"

알 수 없었다. 몸만 힘들고 마음만 힘들고 그랬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그렇게 연기에 올인 했고, 단편 영화도 찍고 장편 영화도 찍었다. <발레교습소> <아파트> <후회하지 않아> 같이 알려진 장편도 찍었고(조연이지만), <순흔>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 같은 단편도 찍었다.

그리고 채널 CGV에서 찍은 영화 <18>의 에피소드 하나가 지금의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게 <램프의 요정>이었다. 그 드라마를 본 이들이 하나, 둘 그에게 반했다. 그 가운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가 있었다.

"저, 여자 좋아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또 있다. 그가 찍은 작품마다 달랐다. 여기선 내성적인 소년이 저기선 명랑 쾌활한 청년이었다. 신기했다. 저러자면 쉽지 않을 텐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단편 들어왔던 시나리오들이 되게 비슷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어요.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짝사랑하고……."

지금 하림을 떠올리면 상상이 안 가지만,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 <후회하지 않아>에서 그가 연기한 가람이 그랬다.

"그래서 다른 역이 들어오면 혹해서 '좋아요' 그러고, 나랑 안 어울릴 것 같은 역할 있잖아요. 저한텐 굉장히 새로운 역이요."

더 노력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역만 새로운가? '새로운' 영화도 많이 했다. 10개 정도 되는 작품 가운데 무려 '동성애' 코드가 들어있는 영화가 반은 됐다. 우연인지, 선택인지?

"제가 퀴어 영화를 몇 개 하다 보니까 그게 익숙해져서 다른 영화도 그렇게 보시는 거 같아요. 동성애 영화지만 내가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받고'하곤 상관없었던 역할도 있어요. 가끔 어떤 분들은 진짜 동성애자 아니냐.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걸 고민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전 그냥 좋은 작품 만나서 좋은 역할이라 한 것뿐인데."

거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지금 그가 하는 <커피 프린스 1호점>도 그렇다. 그가 "마이 찬, 마이 찬" 이러고 귀여워하는 은찬(윤은혜), 여기서 남자인 양 나오잖나? 한결은 은찬을 남자로 알면서도 좋아하고? 그가 불현듯 말했다.

"저, 여자 좋아합니다. 하하."

다행이다. 여자들 여럿 울 뻔 했다.

"형이 해준 말이 그거예요. 재밌게 놀아라. 하림이는 그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열심히 놀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들어가기 전에 이선균이 그에게 그랬단다. 말귀를 잘 알아듣기도 하지. 그는 정말 재밌게 놀았다. 너무 자연스러워 신인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가만히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러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래서 가끔 TV를 보며 말하고 싶었다. 나도 좀 같이 놀아주면 안 되겠니?

재미있게 성실하게 그는 논다

 
 
 
 
ⓒ2007 오마이뉴스 조은미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전 그게 어려운데, 항상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고 잘하는 배우요."


아니, 왜 이러시나. 이처럼 교과서 같은 말씀을 하시면 섭하지.

"아이. 그건 모든 사람의 로망이죠."
"그러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망가지는 걸 겁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그렇고."


그는 뮤지컬을 하고 싶고, 연극은 평생 할 거라고 했다. 세상에. 노래도 잘하나 보지? "노래 잘 하냐?"고 물으니, "좋아한다"는 뻔한 말 뒤에 그가 말했다.

"연극 하고 싶단 마음은 절대로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거예요."



그가 또 말했다. 셰익스피어나 체홉 같은 정극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문득 무대에서 "줄리엣"을 부르짖는 그가 떠올랐다. 마음이 훈훈해져 오는데 그가 말했다.

"전 좌우명이 되게 많아요. 그중에 하나가 '검소하게 살자'인데(웃음), 왜냐면 사람이 언젠간 늙고 언젠간 죽잖아요. 뭐든 변하기 마련이고, 지금 내 모습이 죽을 때까지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게 전부인 것처럼 하고 싶진 않아요."

아니 그렇게 착하고 스탠드 불빛 같은 말씀을?

"착한 남자 콤플렉스는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닌데, 친구를 사랑하자? (웃음) 이런 거. 하하하. 되게 웃기죠? 너무 유치해요. (재밌어요. 또?) 효도하자 이런 거. (웃음) 되게 유치한데, 좋은 아빠가 되자. (웃음) 저는 인생 목표가 그거에요. 좋은 남편, 좋은 자식,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거. 하하하."

세상에 세상에. 어려서 별명이 '애늙은이'였다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껏 살면서 있던 일 가운데 아쉽거나 그런 걸 말해보라니, 그가 안 그래도 묵지근하게 가슴을 파고드는데 더욱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저를 너무 예뻐하셔서요. 지금 보시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이 착한 청년에게 졌다.

덧붙이는 글
아참. 그를 검색하면 참으로 특이하게 그의 특기라고 나오는 '기계체조'는 진실이 아니란다. 학교 때 연기 수업으로 체조 같은 '아크로바틱'을 한 것뿐이란다. 그게 와전된 거랄까? 그를 만나기 전엔 하림이 주말이면 집에서 봉을 끼고 빙빙 돌거나 텀블링이라도 할 줄 알았던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가 말했다.

"앞으로라도 기계체조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텀블링 하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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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