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월화극
‘커피프린스 1호점’의 내용은 기존 트렌디 드라마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청춘남녀의 4각관계는 남장여자 은찬(윤은혜 분)을 제외하면 이윤정
PD의 전작인 ‘태릉선수촌’과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다. 남녀 간의 시간에 따른 감정결의 섬세한 변화에 인간적 관계를 합치는 스타일이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로맨스물인데도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오히려 ‘커프’는 침체된 트렌디 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순정만화의 소년, 소녀풍의 비현실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현실적인 감정과 고민들이
살짝살짝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형화된 연애공식을 탈피하게 한다.
심각한 문제를 드라마에서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건 없다. 하지만 ‘커프’는 심각한 상황마저 ‘쿨’하게 넘기는 감각을
보여준다. 가끔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별 의미 없는 장면에서 시간을 보내는 연출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큼 발랄한 로맨스 톤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직 드라마는 아니지만 커피점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공간’이 분명 살아숨쉰다. ‘태릉선수촌’에 이어 물을 120% 활용하는 연출법도
분위기를 활기 넘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팍팍한 도심 속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두 남자, 한결(공유)과 한성(이선균)은 여성에게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동인식품 후계자로 폼생폼사
댄디보이 한결은 철저한 개인주의자로 거만하고 까칠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속이 여린 남자다. 음악감독인 한성은 겉과 속이 부드러운 훈남이자
고독남이다. 사촌지간인 두 남자는 겉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을 지닌 셈이다.
이 두 남자가 동시에 은찬을 좋아하는데, 한결은 남자로, 한성은 여자로 각각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요즘 코드인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터치할
수 있고, 무엇보다 두 남자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은찬의 상황이 드라마를 끌고가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은찬은 소녀가장이다. 아니 지금은 소년가장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태권도를 가르치다 커피 향을 식별하는 절대후각으로 바리스타로
캔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커피점 사장인 한결의 까칠한 성격을 못이겨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누워 있는 은찬의 모습은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임에도 진한 인생의 맛을 느끼게 한다.
윤은혜는 불분명한 발음의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활용하는 은찬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윤은혜이기에 더 잘 어울린다.
은찬이 밉상이 아니라 ‘큐트한 남자’같이 보이도록 만들어낸 것은 윤은혜의 탐구욕과 도전욕에 힘입은 바 크다.
‘어장 관리’에 철저한 유주(채정안)도 살아있는 캐릭터다. “가끔은 남자보다 친구가 좋은 법이지”하며 한결과 한성 두 남자를 놓지 않는
자유분방함의 소유자 유주는 시청자에게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아담한 체구임에도 여성에게 인기있는 게이보이
‘자뻑하림’(김동욱)과 ‘와플선기’(김재욱), ‘민폐민엽’(이언) 등 커피점 종업원들도 저마다 매력을 지녔다. 이 드라마에서는 정육점 사장
구씨(이한위)와 옥탑방에 살면서도 궁상떨지 않는 은찬 엄마(박원숙), 귀차니스트 홍사장(김창완) 등 중년들이 맹활약하지 않아도 중년 여성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중년 시청자들이 중년배우가 반드시 나와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