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통해 지난달부터 이달 17일까지 방영된 5부작 다큐멘터리
<러시아혁명>(연출 한홍석)은 이런저런 질문에 때로는 답을, 때로는 또다른 질문을 얹었다.
1917~21년 내전기(3부 <내전>) 노동자혁명의 지도자 레닌에 의해 행해진 노동자 탄압은
역설적이다. 페트로그라드 노동자들과 연대한 크론슈타트 수병들의 반란과 이에 충격받은 레닌 ‘노동자 정권’의 강경한 진압.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혁명을 위해 함께 싸웠던 동지들끼리 벌인 처절한 이 살육전 역시 혁명의 한 과정을 이룬다. 레닌 사후 스탈린의 안보 불안과 의심증이 빚어낸
이른바 ‘대숙청’(4부 <스탈린 혁명>)은 사회주의 러시아혁명의 정점에서 벌어졌다. 무차별적인 ‘대테러’라는 말이 더 정확할 법한
공포정치가 빚어낸 밀고와 학살은 동시대 유럽을 휩쓴 인종주의와 유대인 학살,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혁명이 20세기 초 전세계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희망의 등대’였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임을 이
다큐는 주지시킨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민주주의와 계급평등, 기회평등, 국가간 평등 이념을 이 사건은 지펴냈다.
그 혁명이 최종적으로 수십만명을 살육한 환멸스러운 스탈린주의로 ‘귀결’됐다는 점 역시 다큐는 보여준다. 국가가
집과 식량, 의료와 교육을 해결해 주던 소비에트체제에 대한 오늘날 일부 러시아인들의 향수도 볼 수 있다.
<러시아 혁명>은 광주학살사건을 세상에 알린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과 제주4·3, 보도연맹 등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쳤던 다큐 <이제는 말할 수 있다>(1999~2003년) 연출에 참여했던 한홍석 피디의 역작이다. 일요일
심야시간대에 방영돼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40대 층의 ‘골수’팬도 꽤 생겨났다. 40대 시청자 남궁산씨는 “이런 다큐가 국내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고맙다”며 “놓친 부분은 내려받기로 받아 봤다”고 했다.
<러시아 혁명>은 이제 국내 제작진이 세계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직접 다큐로 빚어내는 단계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러시아혁명의 전개과정을 이루는 사건들을 촘촘히 훑으려다 보니, 이 혁명이 던진 주제를 놓고 깊이 파고드는
맛이 떨어진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2006-12-2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