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페인 동성결혼 합법화 그후 1년
조회:

스페인 동성결혼 합법화 그후 1년

연출 : 장유진PD
방송 : 2006년 10월 20일

작년 6월30일 스페인 의회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에 이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네번째 나라가 됐다.

이날 하원은 찬성 187, 반대 147, 기권 3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이 법안은 지난주 보수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부결됐으나 스페인에서 상원은 자문기구일 뿐으로 하원에서 법 제정 여부가 최종 결정됐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우리나라는 자유와 관용이라는 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환영했다.

동성결혼법이 통과됨에 따라 동성부부들은 상속권과 연금수급권, 자녀입양권 등 이성부부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

그로부터 1년후 동성부부 커플은 4500여쌍에 달했고 지금도 마드리드 시청에서는 한달에 2-3건 정도 동성결혼식이 열린다.

많은 보수단체와 카톨릭 단체의 우려속에 지난달 7월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를 방문한 교황베네딕토 16세는 스페인에서 지난해 있었던 동성결혼 합법화 조치를 비판하면서 양성 결혼을 토대로 한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8일 발렌시아행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가톨릭 교회가 거부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성간 결혼에 기초한 가족이 '신의 계획' 안에서의 유일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는 좌파 정부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자 가톨릭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데 교황의 이번 발언은 가톨릭의 동성결혼 불허 원칙을 거듭 천명하면서 스페인 좌파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교황은 이어 예술.과학 공원에서 열린 대규모 기도회에 참석했다. 기도회에는수만명의 순례객이 모였는데 "사파테로, 가족 공격을 중단하라"고 쓰인 플래카드도내걸렸다.

사실 동성결혼 합법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04년 보수당인 국민당이 물러가고 진보야당 사회당이 정권을 잡은 것이었다.

새로 당선된 사파테로 총리의 정부는 이라크 파병 철수, 이혼정책 간소화, 학교 종교교육 의무화 폐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을 단행했다.

동성결혼 합법화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도 ‘시민결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동성 간의 결합을 허가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민결합법’과 ‘결혼’은 그 성격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동성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법안 속에는 상속권, 연금수급권, 자녀 입양권 등도 포함돼 있다.

이는 단순히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넘어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부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결혼을 반대해온 이들에게 이런 법안이 통과된 것은 큰 충격이었다.

합법화 발표 당시, 스페인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종교단체와 국민당 지지자들로 이루어진 반대 진영은 동성결혼 합법화 전면 무효를 요구했다.

반대단체들의 주장에 의하면 동성결혼 합법화는 매우 급진파인 사회당의 잘못된 결정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관념과 비전을 전 사회에 강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 조치는 결혼의 법률적 개념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반대단체 아스테 오이르. 이만여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이 단체에선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기 훨씬 전인 5년전부터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입양문제.     아이들에겐 반드시 양성의 부모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두고 반 이상의 사회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성애자 가족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성격에 있어 어떤 심리적 타격을 받을지, 혹은 사회에 나갈 때 어떠할지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지고 실험하면 안됩니다.”

실제로 반대진영에서 근거로 제시한 한 미국의학협회의 논문에 따르면 동성 부모를 둔 아이들의 55%가 동성애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물론 어떤 이성부부는 최악 부모가 될 수가 있고 어떤 동성부부는 최고의 부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은 일부사람들을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은 보편성을 존중하고 가장 일반적인 것에 기준을 두고 규정되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 스페인 법은 동성부부의 입양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4500쌍의 동성 부부중 공식적으로 입양을 한 부부는 아직 한 쌍도 없다.

왜냐하면 입양아들의 대부분인 러시아와 중국 등의 국가에선 동성부부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입양이 힘들어지면서 어떤 동성 부부들은 체외 수정이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나마 이것은 여성커플들에 국한된 일이다.            

올해 초 부부가 된 자파테로와 미첼로. 이들 역시 아이를 입양해 잘 키우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부모가 되기에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친구가 있는데 아이를 혼자서 입양했습니다. 국제입양인데 그러려면 독신자로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는 애인과 같이 키우는 것이지요.”

이제, 스페인 거리에서 동성커플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걸음 한걸음 세상밖으로 나와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

전통적인 윤리와 가족으로서의 기본 구성원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람들과 소수자의 인권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   오랜 세월 싸워온 다른 생각들은 여전히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 그 후 1년, 계속되고 있는 여러 진통들은 더 이상 스페인 사회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