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위의 말라이-태국 꽃파는 아이들
연출 : 장유진PD 방송 : 2006년 8월 18일
세계 노동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5살에서 17살 아이들 가운데 6명당 1명이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의 아동 노동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며
태국의 아이들 역시 노동착취에 시달린다고 해서 취재를 하였다.
말라이는 태국에서 ‘꽃’을 의미한다. 태국에서는 집집마다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있고 그 신들에게 꽃을 바치며 복을 비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꽃을 파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있고 그들중 특히 아이들이 많이 있다.
방콕도로의 중심가엔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나타나서 꽃을 판다.
지난 6월, 태국에서는 도로에서 꽃을 팔던 소녀가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린’ 이라는 소녀의 나이는 불과 9살. 취재진은 소녀가 살던 집으로
가보았다.
사고가 있은 지 한 달 여. 린의 부모는 경찰의 조사를 받는 중이라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이웃 주민들에게 소녀의 생전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아버지가 알콜 중독자이고 어머니는 과일 행상을 하는데 수입이 변변치 않아서
아이를 학교도 보내지 않고 매일 꽃 판매를 강요했다고 한다. 때론 폭력까지 휘두루며 꽃을 팔라고 했다는 부모를 아동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이 빈민층인데다 학교를 보낼형편도 안되서 어쩔수 없이 꽃을 팔게 시킨다는
것이다.
소녀의 죽음이후, 꽃 파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경찰에서도 도로에서의 꽃 판매를 집중 단속하고 나섰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여전히 꽃 판매는 이뤄지고 있었다.
방콕의 한 빈민가에 취재진이 가보았다.
이곳 부모들은 꽃목걸이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팔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벌이는 가계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 자신은 일을 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 대신, 어린 자녀들에게 생계를 떠맡기는 부모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런 부모들은 정서적으로 비정상적 일 수 있는데
이는 그 부모들이 어린 시절 부터 그들의 부모로부터 일을 하도록 밖으로 보내졌던
일이 있어서 그렇게 자라온 부모는 자녀를 낳고 나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 30살
정도만 되어도 그냥 집에 앉아서 아이들이 자신을 봉양하길 바란다고 한다.
또 다른 시내의 한 교차로. 취재 차량에 꽃을 든 소년이 다가왔다.
꽃목걸이는 하나당 10에서 30바트. 소년은 보통 하루에 이,삼백 바트씩, 우리
돈으로 5천원에서 8천원 사이를 번다고 했다.
소년의 뒤를 이은 또 다른 여자아이. 초등학교 4학년인 이 아이도 방과후 소년과
함께 꽃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길 건너편. 이 아이들을 예의 주시하는 눈길이 있었다.
사내는 자신을 아이들의 보호자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일이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의)부모대신 나와서 감시 하는 것 이라 했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나이. 그러나 아이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
매연과 소음 속. 아이들은 끼니도 거른 채 매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꽃을 팔고 있었다.
교통 사고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된 거리.
제작진은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꽃을 파는 한 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4개월 전, 이 소년은 교통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아이는 사고 이후 학교를 그만 둬야 했다. 아직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들지만,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고 한다.
“친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양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고 동생들도 5명이 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대신 (집 생계) 부양하라고 하시고, (집을) 돌봐야한다고
하셨어요“
소년이 방콕에 살고 있는 집. 오전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현실에 쫓겨 꿈을 잃어버린 아이. 다리에 입은 상흔처럼, 아이의 어린 시절도
상처를 입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이들의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에서는 부모가 직업을 갖도록 유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과는 별도로 시민
단체에서도 꽃 파는 아이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강제
노동이나 가정 폭력, 성폭력 등에 시달려온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은 3개월간 시설에 머물며 사회 적응 훈련과 함께 특히 심리 치료를
중점적으로 받게 된다. 꽃 파는 아동들의 경우, 단체에서 직접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꽃 파는 일을 중단하도록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최근 경찰에서도 도로에서 꽃 판매를 단속하며 꽃을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캠페인을
전개해 가고 있다.
현재 방콕 시내에서 꽃을 파는 아이들은 500명 가량.
취재진이 만난 올해 10살인 떠이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떠이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8살 때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방과후엔 어김없이 거리로 나온다.
밤 12시 경. 일을 마치고 귀가한 떠이는 부모가 가출한 후, 고모 집에 살고 있었다.
떠이의 경우,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서야 책을 꺼낼 수 있는 고된 생활.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꿈은 시들지 않고 있었다.
어느 사회든, 모든 아이들이 어른의 보호속에서 그들의 권리를 누리며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회가, 소외받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태국 사회에서도 이제 막, 꽃 파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
관심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이끌어 줄 든든한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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