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 한학수PD
방송 : 2006년 7월 28일
1. 캄보디아의 새로운 코드, 봉제 산업
‘섬유산업과 FTA’를 다루었던 BBC의 한 다큐멘터리에 캄보디아의 봉제공장이
잠깐 소개되었다. 불과 몇 커트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이 장면이 곽동국 팀장의 시선을
끌었다. 팀장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우연히 이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도
흥미로웠다. 캄보디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크메르루즈 정권
시기에 자행된 ‘킬링필드’의 엄청난 학살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앙코르와트’다. 나는 캄보디아에 대해 즉시 조사를 했다. 캄보디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코드, 봉제공장 스토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975년에서 1979년까지 진행된 킬링필드의 학살은 전국민의 4분의 1인 200 만명을
잔혹한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 뒤에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캄보디아 내전은 1997년에
가서야 비로소 그치게 된다. 이즈음에 이르러 캄보디아는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개방정책이다. 바로 그 산 표본이 앙코르와트를 관광지로 개방하는 것이었고,
최근에는 한 해 100 만명 이상이 찾는 아시아의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국가의 산업을 일으킬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몇 년간 캄보디아는 국운(國運)을
걸고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캄보디아의 유일한 제조업이며 아울러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봉제 섬유업이다.
2. 봉제 산업은 왜 캄보디아로 몰려드는가?
봉제 노동자 35만명 가량이 밀집해 있는 수도 프놈펜, 그곳에는 요즘 활력이 넘쳐있다.
봉제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한 달에 45달러에서 80달러 정도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각지의 농촌에서 올라왔는데 보통 6~8명이 한방에 모여 살며
집세를 아끼고 있다. 살림이라고는 몇 가지 부엌 도구와 비키니 옷장이 전부인데,
보통 노동시간은 하루 10시간 정도 된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거의 절반 이상이
고향 농촌으로 보내지고, 나머지 절반 정도가 도시에서 소비된다. 캄보디아에서는
시골 어디에서나 미국 달러가 통하며 봉제 노동자들도 임금을 미국 달러로 받는다.
이 달러들이 캄보디아의 곳곳에 흘러들며 캄보디아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있다.
캄보디아의 봉제업이 이토록 급속하게 성장하게 된 데는 물론 저임금의 우수한
노동력이 뒷받침하고 있지만 몇 가지 다른 요인이 또 있다. 캄보디아에는 30여개의
정당이 있는데, 이 중 유력한 세 개의 정당이 핵심세력이다. 그 하나는 훈센 총리가
이끄는 ‘보수 개혁파’ 집권당이고, 다른 한편에는 대중적인 ‘좌파’ 정당과 ‘왕당파’
정당이 있다. 캄보디아의 정식 국호는 ‘캄보디아 왕국’으로, 의원내각제의 입헌군주국이다.
이들은 민주적 질서를 지키며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적 안정성이 캄보디아의
성장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치안정에서 훈센 총리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또 하나는 중국의 섬유 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견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의 중국 섬유의류가 전세계 시장을 무차별적으로 점령해나가자, 지난 2005년에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통해 수입 물량의 쿼터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도 더
이상 심한 조치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수출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 바로
캄보디아 봉제 섬유가 살아갈 수 있는 ‘엄청난’ 틈새시장이 생긴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수출기지로서 캄보디아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3. 국운을 건 도전, 캄보디아의 미래는 무엇인가?
봉제 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통해 캄보디아 곳곳에는 길을 넓히고 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다. 산업의 인프라를 이제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마치 한국의 60~70년대와 비슷한데, 실제로 캄보디아의 발전 모델은 한국이다. 캄보디아의
봉제 의류업은 앞으로 10년은 무난히 성장해 갈 것이다. 문제는 그 뒤에 봉제업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춰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 앙코르와트라는 효자 관광
상품을 통해 마련되는 안정적인 자금으로 봉제업에 과감히 도전한 캄보디아, 앞으로
10년 뒤 그들은 어떤 산업을 가지고 세계에 등장할 것인가?
나는 4박 6일의 바쁜 취재를 통해 캄보디아가 새롭게 약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서 지난 날 우리 주변의 누나와 어머니를 보았다. 공장에 간 딸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를 생각하며 힘든 노동을 참아내는 젊은 딸들,
바로 그들이 캄보디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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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후예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역사는 너무도 비참했다. -내전 중 포탄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켐소핍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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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대중교통수단인 ‘란’을 타고 출근하는 공장 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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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 점심시간 몸수색 광경. 공장재산의 도난 방지 차원으로, 캄보디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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