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왕모 PD

매춘은 욕망의 하수구다. 인류사와 함께 해왔던 매춘은 줄기를 자르고 잘라도
기어코 어디에선가 다시 싹을 틔우고야 만다. 어차피 소멸시켜버릴 수 없을 바에야
양지로 이끌어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W에서 다룬 바 있는 성매매
합법화의 근거다. 그러나 성매매 합법화 논란과는 별개로, 성매매와 같은 사회악이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에게까지 손길을 뻗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성년의 성매매 역시 이 세계
곳곳에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문화적 경제적 선진국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성년의
성착취 실태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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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베도-ECPAT 런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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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취재국은 영국이었다. 성매매에 있어서 개방적인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은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고 또 사회적으로도 강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영국 사회의 이면에도 성매매의 현장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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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보지에 실린 성매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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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PAT(미성년 성매매 근절위원회)는 1990년에 설립되어 전세계의 미성년 성착취
방지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ECPAT의 런던 본부장인 크리스틴 베도를 통해
영국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의 실태를 알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다시 또 다른 사람에게로 팔리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거대 매춘 사업과는 달리 소규모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영국의 형태입니다. 보통 가정집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성을 파는
모습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은밀하게 매매가 이뤄지는 모습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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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자리잡은 성매매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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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성매매는 지역 정보지를 통한 광고, 또는 주택가에 은밀하게 자리잡은
성매매 업소에 수요자들이 찾아가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국 경찰이 이런
것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회의 하수구로서의 존재를 암묵리에
용인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는 매우 엄격하게 단속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인터넷에 미성년 성매매에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곧 IP 추적이 들어가서 미성년 성매매 용의자로 지목되는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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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얼굴의 매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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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올든-국제노예반대연맹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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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성매매 여성을 조달하는 에이전트를 가장해서 성매매 업소에 잠입해
취재를 했다. 취재팀이 방문한 업소에서도 동유럽에서 온 소녀들의 앳된 얼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8만
명의 여성 중에서 90% 가량이 미성년자일 때 성매매를 경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839년에 설립된 국제노예반대연맹의 데이빗 올든 국장은 영국 경찰이 이 문제를
늘 주시하고 강력하게 단속하려 하지만 미성년 성매매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영국은 18세 미만 여성의 성매매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여성들은
주로 동유럽, 구소련연방, 남아메리카,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오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철저히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국 성매매의 특성상 성착취의
대상인 미성년자들이 가정집이나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성착취 현장으로부터
운좋게 구출된 미성년 여성들의 대부분은 본인이 성착취의 도구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도시의 하나인 런던에서, 앞으로는
가난의 굴레를 벗고 공부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인신 매매업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거짓된 희망을 불어넣어 성착취의 그늘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관련된 자국의 처벌 조항이
강화됨에 따라 해외로 섹스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검거된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자의 순위에 따르면 오히려 선진국 남성들이 미성년
성착취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CPAT의 크리스틴 베도는 섹스투어의 형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아동 섹스 투어의 경우, 성 범죄자들이 점차 해외로 나가 아동 학대 장면을
찍어 이 사진들을 주변인과 공유합니다. 사진들과 동영상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소아성애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성적인 도구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성착취를 막기 위해, 많은
인권단체들이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이로써는 역부족이었다.
두 번째 취재국은 일본이었다. 일본의 미성년 성착취 실태는 영국의 경우와 매우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일본에서 미성년의 성매매에 착취라는 말을 붙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업소의 강요나 강압에 의해 몸을 파는 경우보다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 정체성과
바른 가치관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매춘에 나선다고 보았을 때, 더욱이 그런 아이들을
바른 길로 계도하기보다 성 매수자로 나서는 성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이것도
명백한 성착취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성에 있어서는 가장 개방적인 나라일 뿐만 아니라, 특이한
성 문화의 양태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도쿄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환락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업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성매매 업소나 비디오,
잡지 등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형태가 교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이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이 바로 가장 대표적인 성상품의 아이콘이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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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하이조-와세다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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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의 가토 하이조 교수는 일본의 미성년자 성매매 실태를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분석한다.
“일본의 아이들은 사회에서 점점 인간관계가 희박해짐에 따른 허무감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몸을 팔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족 간의 관계, 이웃 간의 관계
그리고 학교에 가면 사제 관계 등 인간관계가 확실했습니다. 그렇게 인간관계가 확실하다면
허무할 리가 없습니다만, 지금은 그러한 관계가 점점 단절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의 미성년 성경험 비율을 보면,
여자는 17.1%에서 45.6%로 남자는 20.7%에서 37.3%로 증가했다. 성을 경험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은 어린 육체를 원하는 수요 또한 점점 커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어린 아이일수록 보다 많은 대가를 얻을 수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거리에서 인터뷰한 여학생에 따르면, 아이들이 이미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본인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고, 자기가 알고
있는 중학교 3학년 후배가 있는데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일본의 공기관들도 이제는 이런 현상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 되었다.
도쿄 도청은 최근 들어 그 동안 덮어두고 무시해왔던 미성년자 성매매 현실에 대해
직시하고 조례 개정을 실시했다.
도쿄 도청의 청소년치안대책본부 마쯔자카 노리오 과장은 제정된 조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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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네오 아카다이-산부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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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조례는, 청소년의 성에 대한 부분을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성생활을 하지 않도록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어른의 책임으로서 다양한 교육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녀들의 성생활을
부추기는 소녀 대상의 잡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성행위를 조장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를 배제하도록 했으며, 돈거래와는 상관없는 성행위라도 상대가 18세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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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에이즈 검사받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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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인 즈네오 아카다이 씨는 돈이 가치관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가
바로 이런 문제를 낳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로
나서서 클럽이나 바 등에서 무료로 에이즈 검사를 하고 성 문제에 대한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본 사회는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혼돈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에 무지한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내내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막힌 것 같고 답답한 심정이었다.
가난과 굶주림에 찌든 나라의 점점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잘사는 나라 사람들의 사회에서
하수관 역할을 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고, 또 잘사는 나라의 청소년들은 돈이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단지 돈과 물질적 소비를 위해 자신의 몸을 하수구로
던지고 있다.(물론 “잘사는” 나라가 곧 “잘 사는” 나라인 것만은 아니다. 소위
“잘사는” 나라들일수록 마음의 여유는 더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런 비뚤어진
욕망의 수요가 단지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영국이나 일본, 또는 그 어떤 나라든지 간에 기초적인 인간관계의 가치가 무너져버린
데서 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전적인 가치가 최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인간성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공허한 가치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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