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석유가 아닌 밀림을 원한다 (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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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석유문제

장유진PD

 

지난 5월15일 중남미 산유국인 에콰도르 정부가 미국 4위의 석유회사인 옥시덴탈페트롤리엄과의 사업계약을 취소하고, 이 회사 자산을 압류하자, 16일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 니나 무어자니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에콰도르와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중단한다"고 공식 밝혔다.

니나 무어자니는 “에콰도르 정부의 이번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표현하며 “지금 자유무역협정 논의는 더 이상 일정이 잡혀 있는 게 없다”며 FTA협상 중단을 공식화 했다. 또한 “양국간의 양자투자협정(BIT)에 따라 옥시덴탈이 보상받을 수 있을지를 포함해,에콰도르 정부의 조처에 대한 해법을 즉각 찾아야 한다”며 에콰도르 정부를 압박했다.

이번 FTA협상 중단 사건을 불러온 옥시덴탈은 1985년 에콰도르 진출 이후 에콰도르 전체 원유 생산의 20%를 생산해온 주요 투자자로, 미국과 에콰도르 정부는 2004년 5월부터 에콰도르와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FTA협상의 중단까지 감수하면서 까지 옥시덴탈의 사업계약을 취소하게 되었을까? 취재진은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인 지난 5월6일 에콰도르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 정유기업 관련 시위현장을 찾아 취재해 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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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수도 퀴토에서의 시위현장

△옥시덴탈의 추방을 요구하는 시민들

최근 에콰도르 정부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과의 FTA반대 와 미국계 정유회사 옥시덴탈의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 때문이었다. 왜 에콰도르 원주민이 외국의 정유 회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시위에 나선 것일까?

에콰도르는 남미 제 5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미국에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많은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 강 유역에 1980년부터 미국계 정유 회사들이 들어서면서 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빼앗기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석유 판매의 수입은 대부분 이들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기업의 석유 독점과 이에 따른 원주민의 피해. 이는 비단 에콰도르 원주민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중남미를비롯한 전세계 산유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W취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사례들이 있는지 에콰도르의 동북쪽의 수꿈비오 지역등 미정유시설이 있는곳으로 출발하였다.

에콰도르의 수도인 퀴토에서 9시간 남짓 거리인 수꿈비오스 주.

이 일대 아마존강 유역엔 대규모 유전지대가 형성돼 있다. 하늘을 뒤덮는 검은 연기와 붉은 불꽃. 곳곳에서 석유 채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석유 생산하고 있는 옥시덴탈.

옥시덴탈은 1985년 에콰도르에 진출한 이후, 하루 1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에콰도르 생산량의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은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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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콰도르의 수도 퀴토

△ 미국 정유회사

취재진은 옥시덴탈의 송유관이 관통하고 있는  인근 원주민 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1990년대, 옥시덴탈이 들어선 이후, 농사를 지으며 비교적 안정된 수입을 이어가던 마을은 급속히 변해갔다.

이지역 원주민인 라몬 멘도사씨의 말에 의하면 미정유기업이 설치한 송유관이 터져 주민들의 식수원이 오염되었고 전기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실제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석유로 인한 땅의 오염으로 나무는 죽어가고 사람들도 병들고 있었지만 옥시덴탈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근처에 설치한 미정유회사의 오염물질 매립으로 인해 파리가 들끓어 집안에는 파리들이 있었고 가족들중 어린아이들은 오염된 물에서 몸을 씻다가 피부병에 걸려있었다.

라몬 멘도사씨의 아버지 또한 송유관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다리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바로 집 앞에 송유관이 지나가는데도 아무 안전장치가 없고 이에 대한 보상도 전무한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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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있는 송유관

△송유관에 화상을 입은 원주민

또 다른 지역에서 그마을 원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일거리를 찾아 36살에 이곳에 찾아    온 안토니오 할아버지. 커피, 카카오, 가축등 이 마을은 당시 콜롬비아에서까지 올 정도로 생산성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미국 정유공장 텍사코가 들어오기 전까지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다.

"TEXACO가 들어서면서 반년만에 길이 생기게 되었죠.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우물도 파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죠 길도 생기고 교통편이 편해지자 나는 작은 소 한마리를 샀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석유가 있는 쓴 물을 마시면서 쓰러지기도 했고, 점점 말라가며 우유가 안나왔기 때문에 가축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후에 레몬, 카카오, 오렌지 등 많은 식물을 심었는데 그것 또한 영향을 받아 죽고 말았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찾아온 곳 석유가 그렇게 무서운 재앙이 될 지 몰랐다.

당시 마을주민들과 함께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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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유회사가 들어오면서 생긴 마을

△마을 원주민인 안토니오 할아버지

지구 생명의 보고라고 불리는 아마존강유역.

그곳도 정유 공장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었다. 그 강물을 마신 가축들은 죽어갔고 물고기들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렇게 석유로 인한 오염 지역은 수꿈비요, 오레야나, 나뽀, 빠스따사와 같은 큰 도시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

이들 도시엔 렙솔, 옥시덴탈, 빼레스 꼼빡, 빼렌꼬, 께르마깃 등 미국 7대 대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석유가 나오는 이지역들은 1986~6년 사이에 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프랑스, 미국, 영국, 캐나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까지 들어서게 되었고 이러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할뿐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들과 환경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미 정유기업 텍사코가 있었던 곳의 환경오염은 심각했다.  

1970년대에 들어온 텍사코는 99년까지 이곳에서 작업을 했다. 그러나 텍사코는 석유 채굴의 대가로지역의 오염만 가중시켰을 뿐 흙과 물은 만신창이 되어 있었다.

에콰도르 환경단체직원인 넬손  가르시바르 까데나씨의 말에 의하면

  “이지역은 (텍사코가 석유찌꺼기를 버리고 간이후)25년동안 이렇게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물길을 따라 강으로 가고 아마존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갑니다. 보이는 것처럼 이 지역 모두가 다 석유로 오염된 곳입니다.“

 

취재진은 석유가 이렇게 숲에 버려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텍사코 에서 석유수용장을 만들었고, 석유관을  철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맨땅에다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수치가 그대로였지만 비가 오기만 하면 수추가 올라가 스스로 그 통로를 통해 석유가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아무런 보완없이 그렇게 작동시켰죠.”

숲을 밀어내고 만든 정유시설들. 무수한 석유가 채굴되어 돈으로 환산되었지만 이곳 주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했다.  

석유공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고용의 효과가 있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지만 이마저도 도시에서 노동자들을 다 데려왔기 때문에 실제 원주민들에겐 아무 혜택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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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바닥에 있는 오염된 나뭇잎

△오염된 땅에서 계속 기름이 나오고 있었다.

에콰도르 정부가 옥시덴탈페트롤리엄(옥시덴탈)과의 사업계약을 취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반 로드리게스 에콰도르 에너지장관은 "옥시덴탈이 불법주식 매각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피하려는 시도조차 거부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옥시덴탈이 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에콰도르 내 사업체 지분 40%를 캐나다 엔카나에 매각하자 불법주식 매각을 이유로 2004년 옥시덴탈의 아마존 유전채굴권을 취소했다. 그리고 캐나다 엔카나는 지난해 에콰도르 내 자산을 중국 측 컨소시엄에 다시 매각했다.

이후 옥시덴탈은 사태해결을 위해 에콰도르에 2000만달러와 유가 상승을 통해 얻은 이익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사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반 로드리게스 에콰도르 에너지장관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에콰도르와 검찰이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여 옥시덴탈과의 합작계약 무효를 선언키로 했다"고 밝히며 "옥시덴탈은 유전과 생산시설을 즉각 국영 기업인 페트로에콰도르에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난한 산유국의 원주민이라고 해서 이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1990년대 말, 콜롬비아의 우와족은 옥시덴탈을 상대로, 비폭력 저항 운동을 전개했다. 2001년, 마침내 우와족의 주장은 관철되었다.

옥시덴탈은 철수를 하면서 송유관을 폭파해 수백 명의 우와 족 주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우와족의 저항은 같은 상황의 원주민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원주민들의 변화와 함께 최근, 중남미에 부는 자원국유화 바람.  베네수엘라에 이어,  

지난 1일, 볼리비아도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전격 선언했다.

이러한 변화에 에콰도르 원주민들도 바빠졌다. 에콰도르의 원주민 단체들도 콜롬비아의 우와족처럼 석유 개발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에콰도르의 옥시덴탈 조치에 대해 '정부가 석유산업을 국유화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에콰도르 정부의 조치는 볼리비아가 유전 국유화를 단행한 지 2주 만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땅의 선물, 석유가 오히려 원주민에겐 가난과 착취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현실. 원주민들은 그 현실을 바꾸고 싶다.  

그저 그들의 땅, 밀림에서 안정된 삶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에콰도르. 이제 정부와 기업이, 이들 원주민과 함께  어떻게 공존의 법칙을 만들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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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의 시위

△석유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