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리포트 작성 : 김호영 PD
“나 너무 배고파요. 배고프다고요”
필리핀 거리의 본드 하는 아이들이 W카메라를 향해 외친 비명...
4月, 필리핀을 향하는 국제선에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인에게 동남아 최대의 관광지로 알려진 필리핀! 신혼의 꿈을 간직한 그들 속에서
취재진도 기내에선 아름다운 관광지를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도 마닐라의
자정! 취재진의 눈을 의심할 광경이 펼쳐진다. 밤거리 취재를 나선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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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병으로 본드를 흡입하고 있는 소년 |
걸어 다니는 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비닐봉투. 그것은 아이들의 입에 밀착되어
있다. 부풀림을 거듭하는 그 비닐봉투.. 취재진은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따라가 보았다.
큰 대로변 4거리의 공원에 정착한 아이들,
취재진 “무엇을 하고 있니?”
아이들 “본드”
취재진 “얼마 동안 하고 있니?”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배고파요, 배가 너무 고파요”
폴/꾸야아동보호센터
“거리의 아이들은 거의 다 본드를 한다. 가난과 배고픔을 잊기 위해 환각에 빠지고
있다. 본드를 흡입하는 것은 일종의 거리의 아이들이라는 직인 같은 것이다.”
이 센터가 추정하는 필리핀 거리의 아이들 수는 25만명, 그 대부분이 본드 환각에
취해있는 것이다.
숨지도 않는다. 감추지도 않는다. 주위를 살펴보니 10여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다.
휘청거리는 아이들에겐 본드가 손에 쥐어 있었다. 주변엔 아이들이 숙식을 하고 있는
흔적이 눈에 뛴다. 오래전 먹고 난 뒤 수분이 다 빠져 버린 통조림 속 음식...구석에
자리한 아이들의 잠자리
잠시후,
“하늘로 나는 올라간다. 몸은 여기 있다”, “말한테 밥좀 주자. 우리만 먹지말고”..
본드에 흠뻑 빠진 한 아이가 공원에 말 동상에 다가가며 했던 이 말은 아이들이 환각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들의 나이는 10세부터 17세 정도, 한창 커갈 시기에 아이들은 거리에서 본드에
의지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아이들 무리에는 어른도 석여 있었다. 동네 꼬마들에게 본드가 담긴 비닐봉투를
건네며 본드를 권유하는 30대 여자. 입 주변과 손에는 온통 본드가 묻어 있는
그녀...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반기를 들고 싶기조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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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드 흡입으로 배고픔을 달래는 필리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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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를 하던 그녀는 그 아이들의 엄마였다
다음날, 취재진은 그 공원을 다시 찾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돈벌이(쓰레기 줍기)를
나가고 없었다. 그 중 맏형 격인 제임스(가명/이하 제임스)는 다른 아이들의 짐을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쓰레기를 줍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전날 아이들에게
본드를 권유하던 그녀도 돌아왔다.
“엄마다”..제임스가 그녀를 향해 소리친 말.. 더 놀라운 것은 전날 본드 하던
아이들 대부분이 형제였고 그 형제의 엄마가 그녀였다.
“난 아이들에게 본드가 나쁘다는 것을 가르친다.” 취재진을 어디 기관에서라도
나온 사람인줄 알고 겁을 먹은 것인지 정말 전날의 기억이 없는지 ...그들의 환각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임스는 13세때 거리에서 한 여자아이를 만나 결혼까지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드를 하다 경찰에게 잡혔고 4년 동안 감옥신세를 졌다고 했다. 그가 잡혀가고 아이는
태어났지만 이젠 그녀도 그의 아이도 볼 수 없다.
“이 모습으로는 찾아갈 수 없다” 흐느끼며 손을 떨며 제임스는 말했다.
거리아이들의 단속, 수용실태..그리고 필리핀 정부의 의지
잡아야 하나, 방치해야 하나
대낮거리에서 본드를 하는 또 다른 무리의 아이들을 발견했다. 곧 경찰이 그 아이들을
향해 뛴다. 아이들을 향해 권총을 들고 ?는 경찰...하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듯 8차선
차도를 가로질러 도망가고 있었다.
“차라리 경찰이 손을 못 쓴 것이 다행이다. 아이들을 잡아봤자 교도소에 가두기
밖에 더하겠는가?”
비정부 아동 단체장의 말이다. 왜 그는 경찰의 단속이 실패한 것을 다행이라고
하는 것인가?
그가 말하는 ‘다행’인 가장 큰 이유로 교도소에 들어간 아이들은 성인제소자와
함께 섞여 지낸다고 한다. 아이들을 분리시키는 시설이 없어서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범죄를 배우기도 하고 성인들의 틈에서 당할 수 있는 일은 다 당하고 나온다고
전했다. 심지어 아이들은 강간까지 당한다고 했다.
필리핀에도 아동보호법은 있다. 주요 내용으로 ‘18세 미만 아이들이 성인과 함께
수감되는 것을 금지한다.’ ‘고의적인 범죄를 제외하고 아이들은 재활센터로 보내져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잡혀 있는 아이들을 성인과 분리시키려는
의지와 아이들을 다룸에 있어 강금보단 치료를 우선으로 하려 하는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엠네스티필리핀 지부의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96년부터 법안에 대해 말이
오고갔지만 주민등록이 없는 필리핀에서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18세 이상으로
서류가 꾸며지고 계속 성인교도소에 감금되어졌다고 한다.
이 법은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해 4월말과 5월초에 걸쳐 대통령의 싸인을 받고
정식으로 통과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이 찾은 4월에 경찰은 아이들을
총을 겨누며 ?아다녔고 그렇지 않으면 방치되고 있었다. 현재 본드하는 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잡아야 할지 방치해야 할지...판단이 안서는 듯한 현재의
필리핀 실태인 것이다. 이도 저도 못한 행정에 아이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알비나(가명)를 거리에서 구출하라
거리의 아이들의 정책에 혼란스런 필리핀 행정... 그 속에서 취재진은 공원에서
만났던 한 여자아이 ‘알비나(가명/이하 알비나)’를 거리에서 구출하기로 한다.
차일드 호프라는 아이들을 위한 비정부 단체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다시 그 공원을
찾았다. 알비나는 공원에 없었다. 거리에서 만나 사귀고 있다는 알비나의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취재진 “알비나를 아동센터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알비나를 위해 좋지
않나?”
알비나의 남자친구 “어디에도 보낼 수 없다. 우린 너무 사랑한다”
알비나의 남자친구는 차갑게 취재진을 대했다. 그리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알비나의
남자친구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가 찾은 또 다른 무리의 거리의 아이들..그 속에
알비나가 있었다. 그 무리는 여자아이들로 이뤄진 폭력그룹이었다.
‘알비나는 우리와 얘기한다. 알겠나?’ 아이들은 취재진을 우습게라도 보는 듯
취재진을 둘러싸기 까지 했다. 한 시간 여를 설득했지만 알비나를 바로 앞에 두고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알비나를 강제로 데려갈 수 없다. 그 아이에게 우리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강요할
수도 없다.’
취재진을 도왔던 차일드 호프의 교사는 말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거리에서 빠르고
무섭게 뭉쳐가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조이’, 엄마를 다시 찾다. 하지만...
아동보호법의 유명무실속에 처한 거리의 아이들...이 아이들을 무작정 잡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가둬야 할까? 혹은 방치해야 할까?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단체 ‘꾸야 아동보호센터(NGO)‘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강압적이지 않게 정문을 열어두며 아이들이 ‘보호’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게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조이,
“처음엔 이곳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다. 다시 본드가 그리워 거리로 돌아가곤 했다.”
조이는 3년 전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며 친구들과 본드를 하던 아이다. 그 아이
역시 배고픔을 참기 위해 환각에 빠져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꾸야 센터를
거쳐 아이는 부모를 다시 찾고 있었다.
3년만에 찾은 아이의 집... 긴장한 아이의 얼굴..아니 설레여 하는 아이의 얼굴...
엄마를 만나고 눈물을 쏟으며 다신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조이...
하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 결국 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지금의 조이...
거리로 나와 본드에 의지하며 살았던 것은 조이의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집을 나와서 살아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조이의 선택이 아니었다. 가난, 그리고 본드의
환각...이런 아이들에게 우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약속, 희망을 보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제시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제시가 필요한 것일까? 방향이 필요한
것일까? 어쩌면 아이들의 스스로의 판단 속에 그리고 관심 속에 아이들은 자신들
맘 깊은 곳에 숨겨둔 희망을 끓어 올리려 할지 모르겠다. 잡으려 하면 더 도망가려는
아이들...어쩌면 싫다는 표현을 하며 마음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땐 왜 그렇게 말을 듣기 싫어했고 반항하려 했는지 그때
마다 싫지만 끈질기게 우리를 감싸주던 누군가가 기억에 왜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인지...
강요도 기대도 아닌 관심이 필요한 필리핀의 25만의 거리의 아이들...
취재진이 다시 찾은 거리의 제임스 가족.
“당신들이 다녀간 뒤로 본드를 하지 않았다”...정말일까? 믿기 전에 대견하단
생각이 든다. 알비나도 그 뒤 여자아이들 그룹을 멀리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아이들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취재진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속에, 아이들의 취재진을 향한 배려일지라도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한번쯤 아이들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입을 통해 취재진을 향해 ‘하지
않았다’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떠나기 전 취재진이 건네준 통조림과
옷가지들을 보고 이들은 의아해 했다.
“우리에게 빌려주는 것이냐?” 얼마나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기에 그런 말까지
했을까..지금도 아이들의 놀란 표정이 떠오른다.
우린 아이들을 지켜봐야 한다. 아이들을 향한 관심은 방치와 억압보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제임스가 취재진에게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내밀며 ‘본드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아이들의 다짐이 아닐 것이다. 기대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번쯤 그것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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