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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0여 나라에서 하루 10억 잔이 팔려나가는 음료의
대명사, 브랜드 가치 705억 달러로 세계를 누비며 미국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군림해온 코카콜라.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콜라병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해외 공장의 잇단 파업과 농약 성분 검출 의혹으로 인한 제품 리콜,
분식회계 혐의 조사 등이 그것.
특히 인도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심각한 물 부족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물분쟁의 주범으로 꼽히는 다국적 기업들의 물 지배 전략에
대항하는 인도 농민들의 투쟁, 이미 시작된 21세기 물 전쟁의 최전선으로
들어가본다.
“인도의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이 글로벌 기업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그런 투쟁의 결과로, 코카콜라 공장은
현재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일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 골리앗은 무장 해제를 하고 포로 신세가 되어 있는 셈이다. 제작팀은
다국적 기업의 자원 선점 전략과 현지 지역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물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취재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취재에 앞서, 유명한 환경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의 “물
전쟁(Water Wars)”이라는 책에 기대어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 방향을
세울 수 있었다. 현재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 분쟁은 서구 거대
자본의 침탈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차츰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지불 능력조차 되지 않는 극빈층에 있다. 그들은 생존의
필수적 요건인 물을 얻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근세에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를 정벌하던 당시와 다를 바가 없다. 무력을 앞세워
식민지화하던 방식이 이제는 자본을 무기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 세계 1위의 코카콜라,
그 화려한 왕좌 뒤에 감추어져 있던 어두운 그림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만, 당뇨, 충치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매출이 한계
상태에 이르렀고, 인체 유해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으며, 콜롬비아에서는
노조원 살해 사건의 연루 의혹도 갖고 있다.
2년 전 인도 내에 판매되는 생수 및
청량음료에서 인체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는 한 연구소의 보고가 나온
뒤, 현재 인도 음료 업계를 독식하고 있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인들에게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청량 음료가 바로 코카콜라다. 최근 인도에서 가장
발전하고 있는 신도시 구르가온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하루에만도 5천
병 이상의 콜라가 판매되고 있었다. 게다가 도시의 중상층 시민들은
시골 마을의 물 문제에 대체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코카콜라가
물을 이용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인도인의 입장이라기보다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길들여진 세계 시민의 입장에 서있는 것이다. 특히나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는 빈곤층의 삶에 더욱
무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플라치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취재팀은
예상 밖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무와 풀이 우거져 있고 코코넛
나무들이 늘어선 열대 우림의 풍경이었던 것이다. 케랄라는 코코넛이
많이 나는 지역이고 강우량이 비교적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렇게
푸르른 지역에서 물 문제로 인한 분쟁이 있다는 게 꽤나 의아한 일이었다.
사실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케랄라 주는 서부 해안 지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속한다. 그동안 물로 인한 문제를
겪지 않았던 이들은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선 이후, 차츰 나타나기 시작한
문제들로 인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들에 사회 운동 단체들이
발벗고 나섰고 이것은 환경운동과 안티 코카콜라 운동의 대표적인 격전지가
되어 버렸다
지역 주민들이 토로하는 피해 사례는
다음과 같다.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선 이후, 첫째, 지하수 및 지표수가
줄어들어서 농작물의 수확이 줄어들었다. 둘째, 우물이 오염되어 식수로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빨래나 목욕도 할 수 없고, 피부병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주정부에서는 수질을 조사한 뒤, 마을의 우물을
식수로 쓰지 말라는 권고를 하달했다. 코카콜라 측에서는 각종 조사
자료를 통해 그 오염의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닐뿐더러 공장 가동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더욱이 각종 인증서 및 국립 연구조사 기관의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마을 주민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코카콜라가 그들의 힘을 활용해 조사 결과를
조작했을 거라고 반박한다. 서로의 주장과 반박이 있을 뿐, 아직까지는
확실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의 중심부로 접근해 들어갈수록
또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공장이 들어설 때,
마을 주민들은 많은 고용 효과가 생기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을 전체 인구로 볼 때 기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주민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케랄라 주의 타 지역에서 데려온 인력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사실 그보다 더 큰 쟁점 사안은, “누가
물을 관리하는 주체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인도에는 ‘판차얏’이라고
하는 마을 공동체가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한 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관인데, 우리 나라에
비교하자면 면사무소 쯤에 해당되지만 그 기능과 권한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의 그것이 공기관의 하위체로서 기능하는 데 비해, ‘판차얏’은
그 지역민들의 기본적 권리에 있어서 주체적인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되어
있다. 특히 ‘판차얏’은 그 지역의 물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런데, 얼마 전 고등법원으로부터
나온 판결에 의해, 공장의 허가권에 대해 판차얏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수자원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칼자루를 쥐고 있던 판차얏의 권한이 이번 코카콜라 분쟁을 계기로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판차얏의 권한이 사라지면 수자원은 땅을 소유한
자 즉 자본을 가진 자의 것이 되고, 지역 주민들은 생활의 필수 조건인
물을 얻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물 부족 문제는 인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서부의 대도시 첸나이의 근교에 위치한 날루르
마을의 물부족 사태는 밀집된 지역 생수 업체들과 모래 채취업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마을 주민들 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서구의 거대 자본 뿐만 아니라 인도 내의
자본가들도 역시 극빈층의 생존 문제에 있어서는 무심하다. 그 지역이
정치적으로, 또는 환경운동 측면에서 효용 가치가 없다면 주민들의 목소리는
밖으로 울려퍼지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었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옳지만 눈앞에 놓여진 현실로 봤을 때는 다소 공허하며 또 이상적이다.
설사 자연 친화적이며 전통적인 농업 환경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가난한 소작농의 위치를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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