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호주 한인 남매 구금사건(7월 22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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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 취재리포트

호주 한인 남매 구금사건
2005년 7월 22일 방송 <오동운PD>

지난 3월 8일,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한국인 여성 한OO씨가 호주 이민당국에 체포되었다. 여권의 영문이름을 바꾸어 입국을 시도하다 비자 위반으로 적발된 것이다. 1998년부터 호주에 머물고 있었던 한씨에게는 호주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가 있는 상황. 이민당국은 한씨를 체포하면서 같은 날 학교로 직원을 보내어 수업시간 중에 두 아이를 불러내어 어머니와 함께 수용소에 가두어 버렸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서야 그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수용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교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 아동납치(kidnatch)가 일어나다


시드니의 스탠모어 초등학교에 갑자기 나타난 낯선 두 사람. 그들은 사전 통보도 없이 학교를 찾아와 수업 중이었던 2명의 아이들을 자신들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바로 이민당국 직원들. 끌려간 아이들은 한OO씨의 두 자녀 이안(12)군과 제이니(6)양. 학교 측은 이들의 갑작스런 방문과 아이들을 넘겨달라는 요구에 당황했고, 정확한 사유를 파악한다든지 아이들을 보호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도 못한 채 아이들을 인계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미처 자신들의 상황을 깨닫기도 전에 수용소로 끌려갔다. 끌려간 두 아이들은 자신들이 왜 끌려가야 되는 지 알 지도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몇 시간동안 어머니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도 큰 충격에 빠졌다. 물론 정상적인 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이민당국의 단속이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학교 바깥에서 (수업이 끝난 뒤) 단속이 이루어져 왔었고, 이런 방식으로 수업 중에 아이들을 데려간 적은 없었다. 때문에 교사들은 물론 교실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아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몇몇 아이들은 자신들도 끌려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신적인 쇼크 상태에 빠져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그림] 한인 남매가 다니던 스탠모어 초등학교

갑자기 들이닥친 이민국 직원에게 아이들은 납치되듯 끌려갔다.

 

이에 학교, 교사연맹, 그리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민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주요언론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주요한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런 과잉단속은 아동납치 - Kidnatch ; Kid(아동) + Snatch(납치) - 로 규정되며 규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빌라우드 수용소를 가다


취재진은 아이들이 갇힌 지 4달이 되어가던 7월 초, 그들이 수용되어 있는 시드니 외곽의 빌라우드 수용소(Villawood Immigration Detention Center)를 직접 찾아가 한씨 가족과의 면회를 시도했다. 수용소로 들어가는 절차는 매우 까다로웠다. 촬영용 카메라는 물론 일반 카메라, 녹음기 등은 물론 수첩까지, 그야말로 취재를 위한 도구들의 반입은 일절 금지된 상태. 어렵게 들어가서 어머니 한OO씨를 만나서 그간의 생활이나 심경을 들을 수 있었지만, 한OO씨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조명됨으로써 혹시나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림] 아이들이 어머니와 함께 수용된 시드니 외곽의 빌라우드 수용소

 

빌라우드 수용소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음독자살을 기도하거나 자해를 벌이는 수용자들이 끊이지 않는 곳. 지난 6월 중순에는 중국계 수용자 10여명이 집단으로 자해를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고스란히 그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노출된다는 것. 실제로 수용소에 수감된 4달간 이안은 이러한 광경을 수차례 목격했다. 이러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아이들은 이안과 제이니 뿐만이 아니다.  빌라우드 수용소만 보더라도 수용되어 있는 아이들은 20여명, 호주 전체로는 약 70~80여명의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림] 빌라우드 수용소를 비롯한 호주 전역의 수용소에는 아직도 70여명의 아이들이 수용되어 있다.

 

그런데 또 하나 수용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은 거의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 내의 불법체류자 수는 미국인과 영국인이 1, 2위를 다투는 상황인데도,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그들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숫자임을 알 수 있다. 수용자의 대부분이 아시아계인 것이다.

 

[그림] 지난 6월 18일, 빌라우드 수용소에 수감된 중국인 10여명이 자신들의 처지를 항의하며 집단 자해를 시도했다.


뿌리 깊은 호주의 난민 거부, 비대해진 이민당국의 권한


  호주는 이민자들에 대해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9.11 이후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표류하던 아프간 난민을 구하고 호주에 인도적인 난민 구조를 요청했던 노르웨이 화물선 ‘탐파’호는 호주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다른 곳을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이런 선박의 입항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등 배타적인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호주 정부의 입장은 호주 국민들에게는 테러에 대한 공포와 연결되어 상당한 지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기 힘든 곳곳의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항의와 시위는 폭력으로 변질되어 버리고 이는 또다시 테러와 연결되어 ‘난민들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라는 등식을 만들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하워드 정부는 이민 당국의 단속권도 크게 강화시켰다. 이민 당국이 누군가의 시민권에 대해 정당하게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시민권이나 비자의 확인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의심이 해소될 때까지 연행 및 조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강화된 단속권을 통해 이안과 제이니는 수업 중에 학교로 찾아온 이민 당국직원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법적으로는 행사될 수 있는 조치이지만, 교육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행동이 합리화 되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시드니의 한인밀집 지역에는 불심검문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으며, 교민들이나 불법장기체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림] 표류하던 아프간 난민을 태우고 호주에 인도적인 구조를 요청했던 노르웨이 화물선 탐파호. 하지만 호주 정부는 이들을 거부했다.

 

이러한 과잉단속의 도가 지나쳐 호주 시민권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호주 시민권자임에도 정신적인 면에 장애가 있던 한 여성은 이민당국의 소홀한 확인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확인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이민당국의 과잉단속, 수용소의 환경 등이 끊임없이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대상이 되며 현재 이민법의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 등이 발생하자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강경한 이민관련 법안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여론의 지지를 받기 시작하자 하워드 정부는 재빨리 자신들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고 이민법의 개정보다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의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선에 그칠 뿐 강제 수용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하워드 총리가 직접 언급하는 등 결국 수용소 내의 인종차별적 요소나 인권문제 등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비껴나고 있다.


어머니에게는 잘못이 있다. 하지만...


 이번 한인 남매의 장기간 강제 구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해 호주 이민당국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분명 잘못된 방법으로 입국을 시도했으며, 어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있기를 원해서 아이들을 수용소로 데리고 온 것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변호사나 교사연합 등 다양한 단체에서도 어머니의 행동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어머니의 행동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며, 그것은 결국 이민당국에서 이후의 조치를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호주 정부의 편의적인 발상으로 수용소라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놓아두는 것은 반 인권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교육적인 환경에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교사연합의 목소리나 “출국이나 체류의 결정이 날 때까지 이들은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변호사의 목소리는 결국 언론과 호주정부의 입장을 바꾸어 낸 것이다.


[그림] 아이들은 7월 20일, 4개월의 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가족은 지난 7월 20일, 4달이 넘는 강제 수용생활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어머니는 지역사회 내의 수용 형태로 앞으로의 법적 처리과정을 밟게 되었다. 이들의 미래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국으로 모두 돌아올 수도 있고, 호주에서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 판결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결론이 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보다 개개의 사건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